아련히 다가오는 추억 속의 ‘그길’

입력 2016-12-22 04:03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2월 걷기여행길로 영화 촬영지를 만나러 가는 ‘시네마 로드’ 10선을 선정했다. 영화 속 영상으로 봤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을 만날 수 있다.

안산자락길(서울 서대문구)=서울 독립문사거리 옆 독립공원과 서대문 형무소가 있고, 그 뒤로 안산의 한적한 숲길을 따라 자락길이 조성됐다. 총 7㎞의 ‘순환형 무장애 숲길’이다. 독립공원, 서대문구청, 연희숲속쉼터, 한성과학고, 금화터널 상부, 연세대 등에서 들어갈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왕산,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영화 ‘밀정’ ‘흑수선’ ‘광복절특사’ ‘한반도’ 등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촬영됐다.

동네골목길관광 16코스 세종마을(서울 종로구)=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조선시대에는 준수방, 인달방, 순화방, 웃대, 우대, 상대마을이라고도 불렸다. 조선시대 중인과 일반 서민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세종대왕 생가터, 백사 이항복의 집터가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추사 김정희의 명필이 탄생한 마을이기도 하다. 근현대에는 이중섭, 윤동주, 이상, 박노수 등이 거주하며 문화예술의 혼을 이어갔다. 현재 600여 채의 한옥과 골목,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공방 등이 어우러져 문화와 삶이 깃든 마을이다. 영화 ‘최악의 하루’ 촬영지다.

깡깡이길·흰여울길(부산 영도구)=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6개 코스) 1코스 깡깡이길은 항구도시 부산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느끼기에 충분한 곳으로 자갈치시장, 영화 ‘퍼펙트게임’과 ‘친구’를 촬영한 영도다리, 조선산업이 최초로 시작된 남항 등 영화 단골 촬영장소가 있는 길이다. 5코스 흰여울길에서는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촬영지와 절경을 이루는 절영해안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인천둘레길 12, 13코스(인천 중구)=12코스는 개항 이후 근대 문물이 드나들던 흔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이다. 근대 문화의 산실로서 인천의 근대 역사는 제물포 개항과 그 맥을 같이 하며, 열강의 각축장이 됐던 당시의 모습이 서려 있다. 현재도 일본식 건축물과 차이나타운 등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낸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고양이를 부탁해’ ‘파이란’ 등이 촬영된 곳이다.

길은 13코스로 이어진다. 과거 군사적 요충지로서 외세 침탈의 상흔을 안고 있는 월미도를 돈다. 6·25전쟁 후 50년 동안 군부대에 의해 보존되던 월미산을 개방해 만들어진 월미공원과 가족, 연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월미테마파크를 지난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배경이다.

금강2경 도보여행길(충남 서천군)=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금강(신성리갈대밭, 조류생태전시관, 철새도래지)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태탐방로이다. 금강 1경에 해당하는 금강하굿둑 철새도래지를 시작으로 금강 2경 신성리갈대밭에서 여정을 마치게 된다. 금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겨울 철새를 볼 수 있다. 신성리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비무장지대의 배경이 됐던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이다.

구불길 6-1코스(전북 군산시)=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지인 군산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애환을 경험하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길이다. 과거 무역항으로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옛 군산의 모습과 전국 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근대문화 중심도시인 군산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각종 전시 관람 시설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고, 군산의 맛집이 밀집돼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타짜’ ‘장군의 아들’ 등의 촬영지이다.

섬진강길 1코스(전북 임실군)=임실과 순창 지역을 따르는 ‘섬진강 문학마을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미 넘치는 강변길로 손꼽힌다. ‘눈곱만큼도 지루하지 않은 길’이라고 표현한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는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을 거쳐 구담마을까지 이어진 길은 섬진강 걷기의 백미다. 구담마을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비롯, 많은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장구목은 요강바위를 비롯해 기기묘묘하게 움푹 파인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 정도 늘어서 있다. 강변 풍광 좋은 곳에 세워진 구암정과 어은정을 지나 향가마을에 도착하면 1코스는 종료된다. 영화 ‘아름다운 시절’에서 동양화 같은 여백미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풍광이 촬영됐다.

청산도 슬로길 1코스(전남 완도군)=한국영화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한 ‘서편제’에서 주인공 세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걷는 명장면이 촬영된 길로 봄에는 유채꽃과 청보리,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수놓아지며, 언덕 위에는 드라마 ‘봄의왈츠’ 세트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밀양아리랑길 1코스(경남 밀양시)=삼한시대까지 올라가는 오랜 밀양의 역사·문화와 만나고 밀양 시내의 대표적인 유물유적들과 눈을 맞추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밀양읍성에서 시작해 관아, 오리배선착장, 조각공원, 삼문송림, 야외공연장, 아랑각, 무봉사, 박시춘생가, 천진궁, 영남루로 이어지는 도심형 구간이다. 영화 ‘밀양’ ‘광해’ ‘똥개’ 등 여러 영화가 촬영됐다.

제주올레 5코스 남원∼쇠소깍(제주도 서귀포시)=일출봉이 아스라이 보이는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 산책길을 지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까지 이어진다. 오감을 활짝 열고 걷는 바당올레와 마을올레다. 키가 훌쩍 큰 동백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마을 풍경이 멋스럽다. ‘건축학개론’ 속에서 등장하는 ‘서연의 집’을 만날 수 있다.











글=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