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대란… 사재기 조짐까지

입력 2016-12-20 21:36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계란 판매 코너에 20일 '1인 1판' 판매 제한 안내문이 걸려 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과 판매 제한에 나선 대형마트가 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대형마트의 계란 판매 수량 제한이 시작되면서 ‘계란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량 제한이 다른 마트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계란 구입을 늘리면서 대형마트 계란 매출은 껑충 뛰었다.

롯데마트는 20일부터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30개입 계란(판란)을 한 사람당 1개씩 구매토록 조치했다. 롯데마트 측은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계란을 대량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판매 수량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판란의 경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이전과 비교해 물량이 50∼6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격도 이날부터 약 10%가량 올랐다. 지난 8일(5%), 15일(5%)에 이어 세 번째 가격을 올린 것이다. 5960원이던 30개입 계란 한 판 가격은 2주도 지나지 않아 1500원 이상 올랐다.

앞서 이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와 하나로마트에서도 1판씩만 사도록 판매 제한을 시작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 일반 점포에도 제한 조치가 번질 것을 우려해 평소보다 계란을 많이 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계란 매출도 뛰었다. 전날 정부가 산란용 닭과 계란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계란 사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란 운송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국내 대형마트가 산지 배송을 시작해 늦어도 다음날 오전 매장에 비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선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계란 매출도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13∼19일) 계란 매출은 전년 대비 15.4% 늘었다. AI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던 2주 전과 비교하면 무려 30.1% 늘어난 수치다. 롯데마트 역시 이달 들어(1∼18일) 계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매주 목요일 가격을 결정하는 이마트는 지난 8일과 15일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오는 22일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외식·제빵업계도 메뉴 개편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미 소형 음식점에서 서비스로 제공되던 계란찜 메뉴는 자취를 감췄고 CJ푸드빌이 운영하는 ‘계절밥상’은 계란프라이 제공을 중단하기도 했다. CJ푸드빌 측은 “수급에 문제가 있어 계란프라이 대체 메뉴를 선보여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