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유럽, 연말 테러 공포

입력 2016-12-20 18:20 수정 2016-12-20 21:34
독일 소방대원들이 베를린 서부 중심가에서 19일(현지시간) 발생한 테러에 사용된 대형 트럭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오후 8시14분에 발생한 ‘트럭 테러’로 시민 1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AP뉴시스

인류를 향한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성탄절을 불과 엿새 앞두고 19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과 터키 앙카라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해 유럽 전역이 공포로 뒤덮였다.

타깃은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부터 불특정 다수 시민들까지 일정한 유형이 없다. 터키 앙카라에서는 20대 현직 경찰관이 안드레이 카를로프(62)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를 사살했다. 그는 총격 후 “시리아와 알레포를 잊지 말라”고 소리쳤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성탄 연휴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에서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트럭 테러’가 발생한 최소 1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전형적인 일반 시민을 겨냥한 ‘소프트 타깃(soft target)’ 테러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벌인 트럭 테러와 방식이 흡사하다.

두 사건은 미국과 러시아가 발 벗고 나서서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 척결에 힘을 모으자 입지가 약해진 그들이 잇따른 테러로 존재감을 키우려고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독교 최대 명절인 성탄절을 훼손하는 테러로 이슬람 극단주의자 사이에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기려는 의도도 역력하다.

극단주의를 대표하는 IS 세력은 현재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2년간 점령했던 이라크 모술은 함락이 멀지 않았고, 또 다른 거점인 리비아 시르테는 정부군에게 빼앗겼다. 서방국가들은 IS가 수도로 선포한 시리아 라카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게다가 최근 미 정부는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현상금을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2500만 달러(약 298억원)로 상향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같이 쫓기는 상황에서 IS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대형 테러 사건을 일으켜 위상을 회복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향후 존재감이 더 약해질수록 IS의 ‘최후의 발악’도 거세질 전망이다. 또 반이슬람 정책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세계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번 테러는 전 세계적으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 사례”라고 보도했다. 라파엘로 판투치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기고문에서 “앙카라와 베를린 테러는 우리가 직면한 세계화와 테러 위협의 확산, 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세계는 분노와 증오심에서 불거진, 명확한 답이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