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자 주차에 높고 복잡한 경사로… 22일부터 ‘불면허’

입력 2016-12-21 04:09
운전면허 시험제도 개편을 이틀 앞둔 20일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이 응시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지훈 최예슬 기자
이날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는 22일부터 장내 기능시험에 추가되는 오르막길 경사로(위 사진), T자 직각주차 구역(아래 사진)이 만들어졌다. 김지훈 최예슬 기자
운전면허증을 따야 하는 기자는 깜짝 놀랐다. 20일 서울 강서구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 오는 주말부터 새로 시행하는 장내기능 코스가 들어섰다. 훨씬 길고, 훨씬 복잡해졌다. 주행거리는 기존(50m) 직선 주행코스의 10배였고, 높은 경사로나 복잡한 교차로를 지나야 한다. 시범 차량에 올라타기 전부터 마음이 불안했다.

코스를 시작하자마자 경사로를 맞닥뜨렸다. 오르막에서 차를 세운 뒤 밀리지 않아야 한다. 경사로에서 내려올 때는 살짝 미끄러져 제한속도인 시속 20㎞가 넘어갈 뻔했다. 교차로에서는 정해진 구간에 맞춰 제대로 멈춰야 했다. 최대 난코스인 직각주차(T자 코스)는 폭 3m로 좁았다. 트럭을 모는 1종은 한 번에 주차하기가 거의 불가능했고, 2종도 몇 번씩 시도해야 했다.

가속 구간은 자칫 방심하기 쉽지만 정해진 구간 내에서 가속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빨라도, 늦어도 감점이다. 코스 끝까지 좌회전 구간과 우회전 구간이 3번씩 등장했다. 운전면허증이 있는 기자들도 대다수 불합격이었다.

바로 옆 기존 코스에선 실제 응시자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새 코스를 보는 표정이 비장했다. 물면허로 불리는 주행코스가 까다로운 평가항목 5개가 늘어나는 새로운 코스로 오는 22일부터 강화된다. 전체 길이도 300m 이상으로 6배가량 늘어난다. 이번에 떨어지면 꼼짝없이 ‘불(火)면허’를 치러야 한다.

실격기준도 엄격해진다. 현재까지는 좌석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사고가 나면 실격이지만, 앞으로는 30초 이내 미출발, 신호위반, 경사로 정지 후 30초 내 미통과하거나 뒤로 1m 이상 밀릴 때 등 실격 사유가 5개 더 늘었다.

배점기준이 달라지면서 불합격 위험도 커졌다. 3점(34개) 배점이 없어지고 7점짜리 항목이 23개 생긴다. 현재는 최소 10개 틀리면(70점) 탈락인데, 앞으로는 7개만 틀려도 불합격이다. 도로주행의 실격기준도 엔진정지 3회 이상(현행 5회)으로 강화됐다. 다만 실생활에 잘 쓰이지 않는 평가항목이 사라지면서 전체 항목은 30개 줄어들었다. 경찰청은 장내기능 합격률이 현재 92.8%에서 8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예슬 기자, 사진=김지훈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