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됐다. 정치적 쟁점이 선명한 사건을 심리할 때마다 비일비재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관심도가 특히 높다고 한다. 민원실로 걸려오는 전화까지 잦아지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비분강개하다”는 말이 헌재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재판부에는 탄원서들도 나날이 날아든다. 시각장애인 천재 음악가로 유명세를 얻었던 송율궁씨는 지난 14일 탄핵 기각을 원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냈다. 그의 어머니가 작성한 탄원서에는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 500만명 있는데 대한민국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 공산당이 되면 안 된다”는 글귀가 있다. 지난 12일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 21만여명의 서명서를 전달했다.
제각각인 탄원 내용들은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바란다는 대목에서 모두 한뜻이다.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머뭇거리면 국민 저항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헌재의 온라인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신속한 결론’ ‘이른 시일 내에 훌륭한 판단’ 등의 말이 넘쳐난다.
시민의 요구를 잘 아는 헌재 역시 공정성과 더불어 신속성을 중시한다고 틈날 때마다 강조해 왔다. 헌재에 따르면 사건 접수 이후 박 대통령 측에 답변서를 내도록 하며 부여한 기간(7일)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10일)에 비해 짧았다. 노 전 대통령 당시 없었던 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하는 것 역시 결국은 신속한 사건 심판을 위해서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지난 15일 “지연 제출할 것을 예상해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이라며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직권으로 검찰·특별검사 측에 탄핵심판과 관련한 수사기록을 요구했다. 검찰 수사 종결 후, 특검 수사 개시 전의 시점을 파고든 결정에 묘수라는 평가도 나왔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이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헌재가 20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재판 신속성 기조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재가 22일 열리는 제1차 준비절차기일에서 인용·기각 여부를 고지하겠다고 밝히자 즉각 서면 고지하지 않는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양 당사자가 소심판정에 모일 때까지 헌재가 수사기록 제출에 대한 선명한 태도를 노출하지 않는 게 어떤 이유·전략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헌재는 “별도로 서면 고지할 필요성이 없었다” “신속성을 위해서도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만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헌재 “신속 심판한다”지만 朴반격에 일단 제동
입력 2016-12-20 18:28 수정 2016-12-21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