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를 종이가 아닌 CD(콤팩트디스크) 등 전자 매체에 담아 기소한 건 무효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종이 대신 디지털 방식으로 공소장을 첨부하는 건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5)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6월 웹하드 사이트 2개를 만들어 저작권자 허락 없이 동영상 3만2000여건을 배포해 7억2000만원의 부당 이익을 거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 이어 2심도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의 일부인 범죄일람표를 검찰이 CD로 제출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횟수가 61만여건이라 문서로 출력하면 수만 페이지에 이른다”며 CD 제출을 허용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이 공소제기에 대해 서면주의 등을 택한 건 법원의 심판 대상을 명백하게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전자 저장 매체에 저장된 부분까지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대법 “공소장, CD 제출은 형사소송법 위반”
입력 2016-12-20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