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어’ 양현종, 1년 22억5000만원 도장

입력 2016-12-20 18:53 수정 2016-12-20 21:17

마지막 남은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대어’ 양현종(사진)과 KIA 타이거즈가 협상을 끝냈다.

KIA는 20일 양현종과 계약 기간 1년에 계약금 7억5000만원, 연봉 15억원 등 총 22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KIA와 양현종은 여러 가지 안을 두고 협상을 벌인 끝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200⅓이닝을 던져 10승12패, 평균자책점은 3.68을 기록했다. 특히 팀 좌완 최초로 3년 연속 10승 이상의 기록을 썼다. 양현종은 통산 87승60패, 1051탈삼진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 중이다.

양현종은 계약을 마친 후 “내 자신을 KIA와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리그 도전이 아니라면 당연히 KIA에 남을 것이라고 마음먹었고 여러 가지 조건을 검토해 1년 계약을 맺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 결정을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동안 팬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착실하게 몸을 만들어 올해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현종과 KIA의 계약은 고육지책 끝에 나왔다. 통상적으로 FA 계약은 4년이다. 양현종은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2년 6억엔 제안을 뿌리쳤기에 최소 4년 120억원 이상을 생각했다. 해외팀의 좋은 조건을 마다한 만큼 KIA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KIA는 이보다 작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선 몸값 거품도 심화됐다. 최형우가 4년 100억원, 차우찬이 4년 95억원에 계약했다. 인센티브와 세금대납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보장액수는 최형우가 132억원, 차우찬이 1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현종은 특히 차우찬을 주목했다. 실력 면에선 자신이 더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차우찬보다 적게 받는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KIA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양현종이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FA시장에서 최형우에게 사상최대인 100억원, 나지완에게 40억원을 안겼다. 양현종 부재에 대비해 왼손투수인 팻 딘을 영입했다. 기존의 헥터 노에시 등 외국 선수 3명에게 투자한 금액이 345만 달러에 이른다. 양현종에게 돌릴 실탄이 부족했다.

결국 양측은 단년 계약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1년 22억5000만원을 4년으로 환산하면 90억원이다. KIA로서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 FA 기근이 시작되는 내년에 충분히 돈을 모아 재계약을 맺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이번 계약은 양현종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FA 계약을 할 경우 4년 후에 재취득 자격이 주어진다. 양현종은 이날 FA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계약금 없이 연봉만 협상할 수 있다. 또 규정상 FA 계약 선수는 4년간 타 팀 이적이 불가하다. KIA의 승낙 없이는 해외나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안된다.

결국 KIA에 대한 애정과 우승에 대한 욕망 때문에 양현종은 1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줄곧 “KIA와만 계약하겠다. KIA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자신의 말을 지킨 것이다. 해외 진출에 대한 미련도 단년 계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KIA는 1년 후 양현종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다른 구단에 이적을 요구할 때 아무 조건 없이 방출해 주기로 약속했다.

KIA는 이로써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FA로 나지완과 최형우를 잡은데 이어 에이스 헥터 노에시와 계약을 맺었고 화룡점정으로 양현종까지 품에 안았다. 야구계에서는 기아가 강력한 4번 타자와 확실한 원투펀치를 확보하면서 두산과의 양강구도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