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업계 첫 ‘1조 클럽’ 눈앞

입력 2016-12-20 19:12

현대건설이 건설업계 최초로 올해 영업이익 ‘1조(兆)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맏형’ 혹은 ‘건설 종가(宗家)’로 불리다 2014년 삼성물산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 자리를 넘겨주며 체면을 구긴 지 3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주택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주택 사업을 강화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는 분위기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4분기 영업이익 291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44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지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507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 증가한 수치다. 해외 부문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실적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9865억원을 달성하며 아쉽게 1조 클럽 가입에 실패했었다.

1947년 창립한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리티왓 고속도로 공사계약을 통해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수주에 성공하며 건설업 호황 시대를 주도했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수주를 기점으로 토목과 인프라 부문에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01년 대규모 부실로 인한 산업은행 인수, 워크아웃 졸업 등의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2011년 4월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되면서 체질 개선과 함께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2012년 3월 정수현 사장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쓴 것도 주효했다. 중동 중심 수주 환경에서 탈피해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투 트랙 전략도 병행했다. 기존 전통시장이던 중동에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신흥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신시장 사업 비중이 60%를 넘긴 상태다.

해외 부실 공사의 손실이 줄어든 것도 실적 호전의 이유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3조6089억원으로, 지난해 말(4조2658억원)보다 6568억원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순수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지난해 말 대비 2085억 감소한 2조3726억원을 기록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앞세운 국내 주택경기 호황도 영업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여세를 몰아 현대건설은 내년 국내 주택사업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아파트 공급량(1만 5988가구)에 비해 30% 늘어난 2만852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공급키로 했다.

대내외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건설 측이 해외 수주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수주액으로 비교할 때 현대건설은 1위인 삼성물산에 비해 2조원가량 뒤처진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국가로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 공사와 하도급 공사 등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연구·개발로 인한 원가절감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