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절반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가장이 은퇴하지 않은 가구 열 중 여섯은 노후 준비를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이 은퇴한 가구의 60%는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지난 3월 말 기준)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은퇴연령층’으로 분류하는 66세 이상으로 좁히면 빈곤율은 48.1%로 높아진다.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16.0%다.
빈곤율은 전체 인구에서 ‘빈곤선’(중위소득의 50%) 아래에 있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빈곤선은 연간소득 1188만원이다.
노인층 빈곤이 심각한데도 노후 준비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가운데 노후 준비가 ‘아주 잘돼 있다’(1.3%)거나 ‘잘돼 있다’(7.5%)고 답한 비율은 각각 10%에 못 미쳤다. 반면 ‘잘돼 있지 않다’(37.3%)와 ‘전혀 돼 있지 않다’(19.3%)는 부정적 응답은 56.6%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노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1.9% 포인트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는 생활비 마련에 고통을 겪고 있다. 생활비 충당 정도가 ‘여유 있는 가구’는 8.7%에 그쳤다. 이에 비해 ‘부족한 가구’는 39.0%, ‘매우 부족한 가구’는 21.5%였다.
가구별 자산 양극화도 심해졌다. 고소득층은 가계부채를 ‘지렛대’ 삼아 부동산에 투자해 자산을 불리고 있었다. 다만 부채 증가율이 자산 증가율을 상회하며 전체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고소득층인 4·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 대비 각각 5.2%, 5%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인 1·2분위는 각각 1.1%,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반적으로 3·4·5분위에서 전체 가구의 평균 이상으로 자산이 늘었지만, 1분위와 2분위는 전체 평균 이하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의 자산 점유율도 확대됐다. 전체 자산에서 4분위와 5분위의 자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각각 0.2% 포인트 늘었다. 이와 달리 1·2분위 자산 점유율은 각각 0.2% 포인트, 0.3% 포인트 하락했다.
‘소득 재분배’ 효과도 미미했다. 전체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전년 대비 2.4%로 집계된 가운데 1분위의 증가율은 3.0%, 5분위 증가율은 2.1%로 0.9% 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2분위는 2.3%로 평균보다 낮았고, 4분위는 2.8%로 되레 평균을 넘어섰다.
소득 5분위 가구의 자산·소득 점유율은 각각 전체의 44.7%, 45.8%로 파악됐다. 소득 상위 20% 가구가 전체 자산과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층의 자산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가구로 봤을 때 금융자산은 지난해보다 1.2% 올랐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은 5.5%나 급등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의 증가율(5.8%)이 두드러졌다.
자산이 늘긴 했지만 부채 규모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이 3억6187만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하는 사이 부채는 6655만원으로 6.4%나 뛰었다. 금융부채 가운데 담보대출이 3847만원으로 57.8%를 차지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팍팍한 황혼… 노인 둘 중 한 명은 ‘빈곤 허덕’
입력 2016-12-20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