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유별난 예금 사랑이 2016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서 다시 확인됐다.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저축과 금융자산에 투자하겠다’는 대답이 44.3%를 차지해 ‘부동산 구입’(27.0%)을 압도했다. 특히 금융자산 투자 가운데 91.6%는 예금의 몫이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20일 전국 2만 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발표한 가계금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윳돈을 금융자산에 한정해 투자할 때 예금을 선호한다는 대답은 91.6%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은행 예금 75.6%,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 예금 9.9%, 저축은행 예금 6.0% 등이다.
예금을 제외한 금융자산 선호 분야는 주식 4.0%, 개인연금 1.9%, 사적 금융인 계(契) 0.9% 순으로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한국 평균 가구 수준임을 의식하더라도 지나치게 예금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및 재테크에 대한 교육의 부재와 최근 5∼6년 사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주식 시황을 원인으로 꼽는다. 원금 손실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도 한몫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금융자산 투자 시 우선 고려사항으로 ‘안전성’을 꼽은 가구주는 75.9%를 차지한 반면 ‘수익성’ 답변은 12.0%에 그쳤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일부 약화되는 조짐도 발견됐다. 여윳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답변은 27.0%로 지난해보다 0.8% 포인트 낮아졌다. 1년 후 거주 지역의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대답은 10.7%로 ‘변화 없을 것’ 48.2%보다 낮았지만 전년도에 비해 하락 예상 답변이 4.2% 포인트나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가구의 답변도 23.0%로 지난해보다 3.4% 포인트 줄었다.
금융자산 투자의 목적은 노후 대책이 55.2%로 가장 많았고 주택 구입 및 전월세 보증금 마련 17.4%, 부채 상환 9.6%, 자녀교육비 7.1%, 사고와 질병 대비 3.5% 순이었다.
예금에만 몰려 있는 금융자산은 적절히 분산하는 게 현명하다. 우리은행 웰스매니지먼트 자문센터 조현수 팀장은 “절세상품, 그중에서도 세액공제를 얻는 연금저축 상품으로 강제적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장인의 경우 연금저축 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연봉 5000만원이라면 연금계좌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해 16.5%인 115만원 상당을 매년 돌려받는 게 이점”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금융자산에 여윳돈 굴릴 것” 44% “믿을 건 부동산” 27%
입력 2016-12-21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