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집권 꿈꾼다면 촛불 넘어서야

입력 2016-12-20 18:55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발표한 ‘12월 촛불 시민혁명의 입법·정책 과제’는 국가경영을 꿈꾸는 제1야당의 정책인지, 시민단체의 정책인지 헷갈리게 한다. 민주당이 설정한 권위주의와 부패, 정경유착 청산과 시민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방향은 상당히 합리적이지만 12개 정책과제 내용을 보면 촛불 여론을 추수(追隨)한 측면이 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시민 참여를 중시하겠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시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차기 정권에 가장 근접한 책임 있는 제1 야당으로서 정책 방향을 밝히는 것은 옳은 태도다. 박근혜정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인데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뜻이 좋다고 반드시 좋은 정책이 아니다. 더욱이 당면 과제로 제시한 한반도 사드 배치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합의 중단 등 외교안보 정책은 걱정된다. 외교와 안보정책은 쉽게 결정해서도 안 되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손바닥 뒤집듯 바꿔서도 안 된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상실할 우려도 있다.

민주당이 중단 방침을 밝힌 정책들은 수년간 국가 간 협의를 거쳤고, 여론의 반대가 있었지만 희생을 감내하고 고심 끝에 결정한 정책들이다. 다자 틀이든 양자 틀이든 다른 나라와 협력 없이 국가를 운영하기는 힘들다. 남북 대치 상황,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이 점증되는 우리의 경우 주변국가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또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경련 해체를 공언해 놓고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출연받아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기금법을 처리하겠다는 것 역시 난센스다. 말로는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정경유착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자가당착이다. 정당은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여론을 과도하게 추종하면 여론의 볼모가 된다.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과 국가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하며 더욱이 집권을 꿈꾸는 수권정당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 설사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