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입학금’ 용도 알고싶어도… 정보 틀어막은 사립대

입력 2016-12-21 04:01

지방에 사는 정모(46·여)씨는 마음이 들떴다.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등학생 딸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딸이 가고 싶어하는 서울의 한 사립대 정보를 찾던 중 정씨는 입학금만 100만원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등록금도 부담인데 입학금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주변에 자녀를 먼저 대학에 보낸 다른 엄마들도 입학금을 왜 내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더라”고 말했다. 관련 정보를 검색해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사립대·전문대 정보공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보공개 대상인 고려대 농협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원광대 등 6개 사립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정씨와 같은 학부모나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입학금 용도를 알고 싶어해도 예산 관련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정보공개법이 명시한 공공기관에 사립대도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보공개법 제6조 2항은 “공공기관은 정보관리체계 정비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명시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정부의 정보공개 포털에 사립대도 참여하도록 협의를 요청해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들 6개 학교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도리어 “법적인 책임은 다했다”고 내세운다.

6개 사립대는 “이메일이나 우편, 직접방문 등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으니 정보공개법의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행자부가 “법률이 정한 만큼의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포털 참여를 요구해도 계속 맞서고 있다. 관련 법령은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하라”고만 할 뿐 어떻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정하지 않은 허점이 있다.

고려대 홍보팀은 “그동안 우리 학교는 홈페이지, 직접방문 등을 통해 정보공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고, 앞으로도 성실히 임할 것이기 때문에 (포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기획팀도 “우리가 구비해놓은 정보공개 시스템이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의 자체 정보공개 시스템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정보공개 포털에 참여하지 않은 6개 대학은 대부분 학교 홈페이지 하단에 관련 법령과 이메일 주소 등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쳤다. 성대는 정보공개 안내조차 없고, 연대는 2013년 정보공개법이 개정된 내용조차 업데이트되지 않을 만큼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고대는 정보공개 청구 양식에 청구 목적을 객관식으로 기입하도록 해놓았다. 정보공개 청구 사유 기입은 청구권 침해 소지가 있어 요구하지 않도록 법에선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월 청년참여연대가 34개 대학의 입학금 부과 기준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6개 대학은 답변하지 않았고 나머지 28개 학교도 별도의 기준이 없거나 회계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입학금의 사용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민단체는 대학의 허술한 자체 정보공개 시스템보다 행자부의 포털 사이트가 더 이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정보공개 포털에 참여하는 것은 접근권 향상의 효과가 있다”며 “같은 내용을 여러 대학에 한꺼번에 청구할 수 있도록 다중 청구 시스템도 갖춰져 있고, 이의신청을 하는 과정까지 일원화돼 있어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대응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