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100일간 계속 꽃피는 비밀 풀었다

입력 2016-12-20 18:39

일반적인 식물이나 나무의 꽃 피는 기간은 수일에서 수십일이다. 하지만 한국 국화인 무궁화는 100여일간 끊임없이 피고 진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유전체(Genome·게놈) 분석을 통해 무궁화의 이런 독특한 꽃 피우기 비밀을 풀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민·권석윤 박사팀은 서울대 최도일·경상대 염선인 교수 등과 공동연구로 무궁화의 ‘배수체화 현상’을 규명하고 유전자 8만7603개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배수체화는 유전체가 2배, 3배 이상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극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명체 진화의 일환이다. 유전체 분석 결과, 무궁화는 같은 아욱과에 속하는 카카오와 3000만년 전에, 목화와는 2200만년 전에 종 분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목화와 종 분화가 일어난 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한반도의 평균 기온도 무궁화 생육에 적절한 기온인 30도보다 낮았다.

김용민 박사는 “이런 이상 저온 현상 때문에 무궁화의 생식세포 분열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 배수체화가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꽃을 피우는 데 관련된 유전자 중 ‘FAR1’이 다른 식물에 비해 2∼10배 정도 많아져 지속적으로 꽃 피는 무궁화의 표현 형질이 획득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 김운봉 박사는 “무궁화가 최근 전통 한방 의약재료나 화장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어 정확한 형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DNA 리서치’ 최신호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