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왜 본인이 해야하나 밝혀라” 유승민 “왜 내가 싫은지 이유 밝혀라”

입력 2016-12-20 18:24 수정 2016-12-20 21:38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문제로 충돌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 되려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정견 발표를 요구했고, 유 의원은 “모욕이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에는 당권을 내줄 수 없다는 주류 측과 호락호락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비주류 측의 속내가 담겨 있다.

정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유 의원은 어떤 당 혁신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왜 다른 사람은 안 되고 꼭 나만 비대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의원들한테 직접 설명해 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친박(친박근혜)계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경환 의원은 “그분(유 의원)이 당을 화합으로 이끌 사람은 아니라는 의문을 당원들이 제기하고 있다”며 “그런 비전이라도 이야기하라는 것”이라고 동조했다. 홍문종 의원도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있다면 왜 그런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본인이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비대위원장을 하면 대통령 꿈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주류의 동의를 구하고 비대위원장에 나서라는 것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로 읽힌다.

유 의원은 그러나 “정견 발표를 요구하는 건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라며 “응하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정 원내대표가 본인 입으로 비주류가 추천하는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받겠다고 약속했고, 저는 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비주류 전체가 저에 대해 동의한 상태”라며 “그게 싫으면 왜 싫은지 이유를 밝히는 건 정 원내대표의 몫이다. 답을 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이라고 되받아쳤다.

유 의원은 “경선으로 하겠다면 친박이 추천하는 후보와 제가 토론도 하고 정견 발표도 하겠다”며 “그렇게 할 의향이 있으면 하고, 아니라면 그런 무례한 발언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선출 문제를 2∼3일 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기다리겠다. 확실한 결론을 공표하면 다른 의원들과 충분히 얘기해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