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 자격으로 참석했다. 별도의 의전 없이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대정부 질문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최대한 낮은 자세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장기간 소모전이 이어지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정부와 국회가 국정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황 대행으로선 야권의 협조를 받지 않고는 최장 8개월의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분란으로 여당의 지원도 여의치 못하다. 또 야권과 힘겨루기를 이어가기엔 국내외 상황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 살처분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관련 농가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라면·빵·음료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올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대규모 군사훈련 등 도발 위협을 지속하고 있고, 미국의 신(新)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정책 변동 가능성이 커지는 등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의전과 명분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 황 대행은 앞으로도 정치권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는 협치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황 대행이 협치의 첫발을 먼저 내디딘 만큼 야권도 황 대행에 한발 다가서는 게 맞다. 국정의 정치적 중심축은 국회 다수 권력을 잡고 있는 야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추천 총리 방안을 거부해 황 대행 체제를 초래한 쪽도 야권이다.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에서 “황 대행이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며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스스로의 준비 부족으로 황 대행 체제를 자초한 야권이 ‘대통령 코스프레’ 운운하며 황 대행을 비난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국정 안정을 위해 황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수권을 노리는 정당의 올바른 도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 대행의 대정부 질문 참석이 진정한 협치로 이어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드(THAAD) 배치, 한·일 위안부 협상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야당은 야·정 협의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정당별 회동을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백지화시키기보다 충돌 소지가 적은 민생 관련 법안 처리 등에 머리를 맞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와 야권의 협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설] 협치 위해 국회 출석한 황 대행… 야권이 화답할 차례다
입력 2016-12-20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