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8 공개 시점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속도보다 안전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안팎의 의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일 열린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갤럭시S8을 내년 4월 뉴욕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트7 발화 원인 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갤럭시S8을 충분히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2월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5, S6, S7을 공개했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관련 전시회다. 전 세계 주요 이통사 고객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MWC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노트7 단종 사태 이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MWC에 공개하는 일정으로 준비를 해 왔다.
하지만 노트7 사태를 겪으면서 꼭 시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문제 없다고 100% 확신할 수 있을 때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갤럭시S8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MWC에 맞춰 제품을 준비했더라도 추가로 최소 한 달가량은 안전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0년 3월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CITA에서 갤럭시S를 공개했다. 갤럭시S2는 2011년 2월 MWC에서 선보였지만 S3는 2012년 5월 영국, S4는 2013년 2월 뉴욕에서 공개하는 등 상황에 따라 장소와 시기를 달리했다.
갤럭시S8 공개 시기는 노트7 발화 원인 규명과 맞물려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화 원인 발표는 1월 중순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원인 분석을 통해 노트7 발화를 재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문제보다는 설계상 오류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장 발표를 하지 않고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검사 결과와 종합해 면밀한 검토 과정을 다시 한번 거친다는 방침이다. 1차 리콜 당시 섣부른 판단으로 단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경험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트7 발화 원인을 공개한 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갤럭시S8 출시 시기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내년 2월 MWC냐 4월 뉴욕이냐… ‘갤럭시S8 공개시기’ 고민 깊은 삼성전자
입력 2016-12-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