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⑥·끝] “튜브 없이 숨쉬는 것 만으로 기적 같아요”

입력 2016-12-20 21:00
송미선씨와 호흡기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이민군이 13일 경기도 용인시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서로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송미선씨 제공
이민군이 사용하던 가정용 인공호흡기, 네블라이저, 석션기계 등 치료 용품들. 밀알복지재단, 송미선씨 제공
“우리 민이는 숨구멍이 일반인의 20% 밖에 안 된다고 해요. 의사 선생님들이 ‘50% 이하이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든데 이제껏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세요. 민이 목구멍에 들어가 펌프질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태중에서부터 7년여를 함께 숨 쉬어온 아들에게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젊은 엄마의 눈가엔 연신 눈물이 고였다. 지난 1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이민(6·호흡기장애 1급)군은 태어날 때부터 병원 의료차트에 수술예정 항목이 가득했던 아이였다. 출산 전 초음파검사에서 “심장판막 결손과 경미한 콩팥 이상이 있다”는 소견만 들었던 엄마 송미선(36)씨는 민이가 태어나던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들어야했다.

“식도와 기도가 붙어서 바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하더군요. 기도확장 수술을 다섯 번이나 했는데도 민이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알고 보니 기도연화증(기도가 흐물흐물해서 온전하게 호흡을 할 수 없는 희귀병)까지 앓고 있었더라고요.”

생후 1년을 오롯이 수술대와 병실에서 보낸 민이는 그 후로도 숨쉬기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푹 삶은 쌀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여도 밥알이 목에 걸려 수차례 생사를 오갔다. 엄마는 장을 볼 때 0.1㎜라도 작은 쌀을 찾아야 했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숨쉬기에 사활을 거는 동안 가정형편은 점점 이들 가족의 숨통을 조여 왔다. 셀 수 없이 올랐던 수술대, 호흡기장애 환자 필수품인 고가의 인공호흡기와 산소발생기,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보다 상태가 열악해 별도로 제작해야 했던 특수 캐뉼라(목 삽입 튜브) 등으로 민이네 살림살이는 날로 버거워졌다.

송씨는 “아들 간병하느라 경제활동이 중단된 데다 자영업을 하던 남편의 수입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 때문에 매일 절망만 늘어갔다”고 회상했다.

‘목에 코끼리 코를 달고 사는 아이’로 통했던 민이는 지난 5월 갈비뼈 연골을 떼내 기도에 이식하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며 6년여 만에 튜브를 뗐다. 요즘엔 호흡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말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일주일에 세 차례 복지관에 들러 언어·감각통합 치료를 받는다. 덕분에 “아빠”란 말을 하는데 5년이 걸렸던 민이는 부쩍 수다쟁이가 됐다. 휴게실을 거닐면서도 처음 본 기자에게 “암추 아연아에오(삼촌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며 미소를 띄웠다.

송씨는 “인지·언어 수준이 아직 4세 정도에 불과하지만 숨쉬기에 급급했던 때를 생각하면 오늘이 기적 같다. 잘 견뎌내 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하지만 엄마에겐 고마움보다 여전히 미안함이 더 크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던 치료비는 민이가 만5세 되던 지난 5월로 뚝 끊겼다. 호흡기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의약품은 올해 산정특례에서 제외됐다. 의사 선생님들이 “어머니도 건강검진 좀 받아보라”고 걱정할 때마다 송씨는 “그럴 돈 있으면 민이 치료를 한 번 더 해줘야 한다”고 받아친다. 그런 엄마에게 소망을 물었다.

“평생을 불교 집안에서 살다 2년 전 하나님을 알게 됐어요. 하나님을 만나고 보니 민이를 통한 분명한 계획이 있겠다 싶더군요. 저도 민이도 그 계획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호흡했으면 좋겠어요.”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5회차 고민혁군(가명) 성금 보내주신 분(단위: 원)

△최순애 20만 △박인성 12만3000 △김지현 10만 △한승우 6만 △김선영 안동수 연용제 이윤식 조대식 최주희 각 5만 △김덕수 배기연 이용우 이종진 각 3만 △황성열 2만 △김운영 윤이정 각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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