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18원 후원금’ 오해와 진실

입력 2016-12-21 04:40

욕설과 조롱의 의미를 담은 ‘18원 후원금’ 보내기가 새누리당 의원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에게도 쏟아지고 있다. 여당의 경우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를 방해하거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타깃이었지만, 야당은 주로 ‘개헌파’가 공격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실은 지난 14일 정체불명의 항의전화를 10여통 받았다. 전화를 건 이들은 다짜고짜 “왜 개헌을 하려 하나. 꼭 지금 해야 하느냐” “정권교체보다 개헌이 중요하냐”고 따져 물었다. 전날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촛불 시민혁명은 재벌·정치·검찰 개혁을 포함한 국가 대개혁을 요구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한 데 대한 불만이었다. 김 의원은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14일 하루 동안 김 의원 후원금 계좌에는 18원 후원금이 15건가량 발견됐다.

‘18원 후원금’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후원 액수가 담고 있는 조롱의 뜻과 함께 해당 의원에게 영수증 발행 부담을 주자는 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17조에 따르면 1만원 이하 후원금은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의원실은 후원한 이들에게 영수증을 발행해주는 게 관례다. 건당 영수증 발행비용은 50원가량이고, 우체국 발송비용까지 포함하면 건당 300원가량으로 비용이 늘어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지만 의원실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부담스럽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도 지난 13일 손학규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가 개헌파로 몰렸다. 행사 뒤 개헌을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항의전화가 쏟아져 의원실은 대응에 진땀을 흘렸다.

‘18원 후원금’이 시민의 정치참여 범위를 넓히는 직접민주주의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파를 겨냥한 ‘패거리 정치’의 또 다른 형태라는 상반된 시각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20일 “개헌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일방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