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구단인 대구 FC와 강원 FC는 2013 시즌을 마친 뒤 나란히 강등의 쓴맛을 봤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3시즌을 보낸 두 팀은 함께 승격에 성공했다. 두 팀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2017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독특한 이력을 가진 대표이사가 구단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강원은 대어들을 끌어 모아 경기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세웠다. 이근호를 시작으로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박선주, 강지용, 문창진, 이범영, 황진성을 잇따라 영입했다.
강원의 ‘폭풍 영입’ 중심엔 조태룡 대표가 있다. 금융인 출신인 조 대표는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에서 단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3월 K리그에 뛰어들었다. 넥센을 프로야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조 대표는 강원을 시도민구단의 롤모델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는 “좋은 선수들을 모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스폰서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 구단의 재정 상태가 좋아진다”며 “자금이 쌓이면 다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이적시장에서 조용하게 움직이며 취약 포지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외국인 공격수 세징야(브라질)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임대 선수 신분으로 2016 시즌을 소화한 세징야는 36경기에 출전해 11득점 8도움을 기록하며 대구의 승격을 이끌었다. 대구는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미드필더 김선민과 수비수 한희훈도 영입했다. 또 제공권과 몸싸움, 골 결정력이 좋은 브라질 출신 공격수 주니오도 영입할 예정이다.
조광래 대구 대표는 수원 FC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수단에 많은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2016 시즌 클래식 무대에 오른 수원 FC는 선수단에 너무 큰 변화를 준 바람에 조직력이 무너졌고, 그 결과 최하위에 그쳐 챌린지로 다시 떨어졌다. 대구의 잘 짜여진 조직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란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던 조 대표는 2014년 9월 대구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FC 서울 등 명문 클럽들과 국가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자원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대구에서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기술고문의 역할도 해야 한다”며 현장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클래식 승격 강원-대구, 내년 ‘조·조 반란’ 일으키나
입력 2016-12-2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