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말씀하신 청복을 누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독초가 약초 행세를 하고, 진짜 앞에서 판치는 가짜를 보기가 웃프기만 하다. 넘치도록 채우고도 만족함을 모른 채 불행을 불러들인 우물 안 개구리는 아직도 큰 바다가 있음을 모르는 것만 같다. 한마음 되어 촛불을 높이 들고 민주주의와 주권을 노래한 평화집회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보여준 하나의 상징이다. OECD 국가 중 대학졸업자의 비율이 가장 높고, 문맹률과 가장 거리가 먼 고등교육의 나라. 비폭력 집회를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지표 아닐까. 대학 진학만이 해결책인 듯 몰아치는 환경 때문에 대학졸업자 비율은 높아지고 졸업장의 가치는 하락하는 등 심각한 오류에 빠져든 교육의 문제는 수많은 지적을 받고 있지만 높은 교육열만큼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고된 노동환경에 처한 많은 사람들과 달리 남의 것을 강탈하는 것과 다름없는 지도층의 부정과 자살률 등 좋지 않은 분야에서 국제적 1위를 달리기도 하지만, 여러 분야의 국제 지표는 지금도 잘사는 나라임을 보여준다. 이 땅에 오기 원하는 외국인의 눈에는 절대로 헬조선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집단최면에 걸린 듯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며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정직성이 결여돼 서로를 믿지 못하며, 조급성이 불러오는 대형 인재는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뛰어난 창의력과 상부상조하는 미덕을 가진 우리의 근성에 선한 양심만 더 살아난다면 아주 희망적인 나라가 될 것 같다.
결코 고요하지 않은 세상에 늘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지금 전 국민이 함께 겪는 위대한 고통을 잘 헤쳐 나가면 민족의 자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좋은 길이 열릴 것이다. 누가 지도자가 되던 부지런하고 머리 좋은 국민을 섬기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혜가 없어 바른 길을 걷지 못하는 지도자는 역사에 큰 그늘을 드리우고 만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올바른 가치관에 따라 나라를 부흥시킬 지도자를 향해 국민의 촉각은 곤두서 있다.
글=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전진이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교육·IT 강국의 희망
입력 2016-12-2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