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국민 대신 최순실 섬겨… 다른 신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 어겨”

입력 2016-12-21 04:01

“한국에서 국민은 하나님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대신 최순실을 섬긴 죄를 저질렀다.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박 대통령을 탄핵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국민이 직접 지배한 특별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FP는 19일(현지시간) ‘한국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분노한 하나님’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 대신 최순실을 섬기는 죄를 저질렀다”며 “나 이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것”이라고 비유했다.

FP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은 하늘이다’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대중의 ‘국민정서(public sentiment)’는 법과 제도를 압도한다”며 “대중의 정서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정책결정과 기존 법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야수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을 탄핵한 한국은 주권자인 국민의 집단 의지가 직접 지배하는 나라라는 특별한 사례를 제시했다고 평가한 FP는 “이것이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직접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부르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국민의 자발적인 집단적 판단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렸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민의 지배라는 개념은 이론적으로 이해하기는 쉬워도 현실적으로 법치 형태로 작동되는 민주주의에서 실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 몇 주간 한국에서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청와대 인근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 언론 특파원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포린폴리시는 지적했다.

FP는 “현재 한국에서는 법률적 판단에 가하는 여론의 압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결국 감옥에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FP는 “이제 초점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지시하고 최순실의 영향력 행사로부터 이득을 취했는지로 옮아가고 있다”며 “역대 많은 한국 대통령과 친인척들이 부패혐의나 과도한 권한행사로 사법처리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