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영화 두 편을 봤다. ‘벤허’와 ‘매그니피센트 7’.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대체 왜 다시 만들었을까”다. 오리지널은 누구에게든 걸작 대접을 받는데, 리메이크는 범작(凡作)이라고도 할 수 없다. 오리지널에 누를 끼친 범죄적 작품, ‘범작(犯作)’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6년판 ‘벤허’는 대하서사극과 전혀 무관한 ‘유사 스포츠(전차경주) 영화’다. 125분 러닝타임은 10분 남짓한 전차경주를 위한 전개이고 결말일 뿐. 물론 전차경주 장면은 훌륭하다. 오리지널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좋다. 대신 윌리엄 와일러의 59년판 ‘벤허’가 보여준 신화적 영웅담과 그리스도의 사랑과 기적 이야기(루 월러스 장군이 1880년 출간한 원작소설과 59년판 ‘벤허’에는 ‘A Tale of the Christ’라는 부제가 붙어있다)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매그니피센트 7’(1960년판 국내 제목은 ‘황야의 7인’이었다)은 어떤가. 서부극 거장 존 스터지스 감독의 60년판에 비하면 ‘진보’랄지 ‘정치적 올바름’이랄지에 기초한 변화가 우선 눈에 띈다. 과거라면 생각도 못했을 마이너리티(소수인종)가 등장한다. 흑인 감독 앙트완 후쿠아가 연출한 16년판에는 주인공들이 거의 백인 일색이던 60년판과 달리 아메리카 인디언, 동양 남자, 멕시코인이 한 명씩 끼어있으며 율 브리너가 맡았던 주인공들의 대장 역도 흑인(덴절 워싱턴)이 맡았다. 그러나 주인공 7인 중 워싱턴만이 브리너와 맞먹는 카리스마를 보여줄 뿐 나머지는 60년판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다만 ‘칼의 달인’이란 캐릭터가 60년판의 제임스 코번 역이랄 수 있는 이병헌은 오리지널의 오리지널 ‘7인의 사무라이’에 나왔던 미후네 도시로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킬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 할리우드에서 발전해갈 소지를 보였다. 내용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대형 액션에 치중해 ‘황야의 7인’보다 차라리 ‘와일드 번치’(샘 페킨파, 1968)의 리메이크라고 해야 맞다.
리메이크 영화를 폄하하기에도 지쳤다. 오리지널은 이제 그만 쉬시라고 할 만한 리메이크 영화는 정녕 없는가.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01> “왜 다시 만들었지?”
입력 2016-12-20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