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는 불황이 장기화되며 직격탄을 맞자 기능성 소재를 내세운 제품들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소재보다 기능성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추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능성 섬유는 방화와 방탄 기능을 가진 섬유 ‘아라미드’, 무게가 획기적으로 적은 ‘탄소섬유’ 등 특수기능을 갖춘 섬유를 뜻한다. 과거에는 올림픽선수단 단복이나 스포츠 웨어 등 특수 상황에서의 기능성 섬유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입는 평상복에도 기능성 섬유를 접목한 옷이 늘어나면서 디자인 경쟁을 넘어 소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패션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섬유시장 규모는 2012년 45조2500억원에서 2014년 43조87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국내 기능성 섬유 시장 규모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형지그룹 크로커다일레이디는 최근 기능성 소재 전문기업 ‘벤텍스’와 기술 제휴를 맺고 올해 ‘스키나’ ‘파워클러’ 등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스키나는 ‘입는 화장품’으로 불리는 섬유로 피부 보습을 돕는 기능성 제품이다. 입는 것만으로도 피부 장벽을 강화해 피부 건조증과 가려움증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특징이다. 파워클러는 섬유에 함유된 천연 미네랄 성분이 근육 깊숙이 작용해 미세 혈류 흐름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능성 섬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효성이다. 효성은 최근 ‘냄새 잡는 스판덱스’로 불리는 ‘크레오라 프레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 섬유는 땀 냄새 유발 인자를 제거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스포츠 활동 후 생기는 땀 냄새를 없애준다. 효성은 내년 상반기 블랙야크와 ‘프레쉬기어’ ‘크레오라 프레쉬’ 등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수소재를 적용하면 디자인 경쟁을 넘어 옷 자체의 기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능성 섬유 업체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은 미국 나노텍스사의 나노 가공 기술을 활용한 남성 셔츠와 바지를 지난 3월 선보이기도 했다. 나노 가공 처리한 섬유는 나노 돌기들이 오염물질을 밀어내 섬유에 액체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준다.
기존 소재를 대체해 제품 가격을 낮춘 경우도 있다. 구스다운이나 덕다운 등 동물의 털을 대체할 친환경 보온 소재로 ‘솔라볼’이 주인공이다. 햇빛이나 열을 받으면 진동과 충돌해 단시간에 온도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 특수 충전재다. 다운 패딩이 물세탁에 취약한 반면 합성소재이기 때문에 세탁도 용이하다. 동물의 털에서 채취해야 하는 다운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올해 아이더, 레드페이스, 크로커다일레이디 등 패션 브랜드에서 이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최근 품질과 기능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소재 자체가 브랜드 경쟁력이자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기획] 패션업계, 디자인 넘어 소재 경쟁 ‘후끈’
입력 2016-12-21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