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여배우 #천만 #사회비판 그리고 [2016 영화 결산]

입력 2016-12-20 17:58 수정 2016-12-20 21:30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왼쪽)과 여배우 활약이 돋보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포스터. 각 영화사 제공

거장들이 몰고 온 장르의 다양화

장르의 다양성이 실종되고 있는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건 거장들이었다. 이준익 박찬욱 김지운 나홍진 등 걸출한 감독들이 이름값을 했다. 각자 뚜렷한 작품세계를 지닌 이들은 기존 작품 스타일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 관객을 매혹시켰다.

‘왕의 남자’ ‘사도’ 등 사극에 일가견이 있는 이준익 감독은 저예산 흑백영화 ‘동주’를 통해 윤동주 시인의 삶을 조명했다. ‘추격자’ ‘황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아가씨’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은 파격적인 소재를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내 찬사를 들었다. 김지운 감독은 의열단 이야기를 차가운 느와르로 풀어낸 ‘밀정’으로 연출력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김민희부터 윤여정까지… 여배우 활약

나이와 경력을 불문한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흔히 ‘여풍(女風)’이라고도 한다. 남자배우 중심으로 돌아가는 충무로에서 귀한 여배우 주연 영화들이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아가씨’의 김민희와 김태리는 ‘여성의 연대’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는 김민희는 이 영화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청룡영화제)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참석하진 않았다. 김태리는 각종 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싹쓸이했다.

청룡영화제를 제외한 여타 유수 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손예진의 차지였다. 올해 연달아 개봉한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에서 폭발적인 연기력을 과시했다. 김혜수는 코미디 장르의 ‘굿바이 싱글’을, 공효진·엄지원은 미스터리 스릴러 ‘미씽: 사라진 여자’를 당당히 이끌었다. 특히 데뷔 50주년을 맞은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에서 파격 연기를 펼쳐 국내외 찬사를 얻었다.

1000만 찍은 ‘부산행’… 사회비판 영화 각광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 배우들을 앞세우고 CG와 특수 장비에 제작비를 쏟아 부은 영화는 우리나라 좀비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행’이 흥행한 건 단순히 장르적인 재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한 듯한 내용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긴박한 재난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모습은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또 다른 재난영화 ‘터널’ ‘판도라’도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보탰다. 터널 붕괴사고와 원전 폭발이라는 소재는 다르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았다. 모든 생명은 숭고하며, 우리는 정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4년 연속 2억 관객… 빈익빈 부익부 심화

올해도 연간 2억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2013년 문을 연 ‘2억 관객 시대’가 4년째 이어졌다. 양적 성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내실을 갖추지는 못했다. 잘 되는 영화에 스크린이 몰리고 대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영화 1500여편 가운데 흥행 상위 20편에 관객 1억1000여명이 몰렸다. 전체 관객 수의 절반 이상이다. 한국영화만 따져도 상위 10편 관객 수가 전체의 75%를 점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에서 비롯된 쏠림 현상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