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공연계 결산] 검열·블랙리스트 논란 일파만파… 불황에 김영란법까지 겹쳐 ‘휘청’

입력 2016-12-20 18:01 수정 2016-12-20 21:28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페스티벌 개막작 '검열언어의 정치학'. 오른쪽은 지난 8월 개관한 롯데콘서트홀.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롯데콘서트홀 제공

검열, 블랙리스트 그리고 시국선언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정책기조로 내걸었지만 검열 문제로 예술계와 내내 갈등을 일으켰다. 지난해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과 이윤택, 세월호 소재의 작품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심사에서 반정부적이라는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배제된 것이 국정감사에서 알려지면서 검열 논란이 본격화됐다.

이에 김재엽 등 젊은 연출가들은 올들어 검열을 본격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6월초 개막해 10월말까지 5개월간 열린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게다가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까지 드러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문화창조융합벨트와 그 핵심인 융복합 콘텐츠 문제는 전면 재검토 대상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융복합’이라는 수식어를 내걸었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은 드물었다. 이후 문화예술계는 앞다퉈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아티스트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여러 작품마다 시국 풍자를 녹여 넣었다.

공연계 불황에 직격탄 날린 김영란법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공연계는 정부 주도의 문화사업과 기업협찬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지난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기업협찬·후원의 위축을 초래했다. 기업이 공연 협찬의 대가로 받은 관람권을 거래처나 고객에게 초대권으로 제공하는 기존 마케팅 방식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 값이 고가인 대형 클래식 공연의 경우 가장 김영란법상 선물 상한액(5만원)을 초과해 기업의 협찬·후원이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물론 이참에 공연계의 거품을 빼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견도 많다. 특히 뮤지컬계는 2000년대 들어 매년 10% 남짓 시장 규모가 커져 왔지만 더딘 관객 증가, 높은 스타 의존도와 인건비 급상승 등의 상황에서 제작사들끼리 ‘제살깎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올들어 ‘쿠거’ ‘비틀스 더 세션’ ‘록키’ 등 여러 편이 취소됐다. 일본에서 한류가 시들하면서 중국에서 활로를 찾으려던 것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체계 때문에 막힌 상태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과 롯데콘서트홀 개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셰익스피어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전체 작품 수가 70여편에 이르는 가운데 ‘햄릿’이 20편이나 됐다.

올해는 한국 연극사에서도 기념비적인 해다. 바로 한국 연극의 초석을 다진 네 원로(김동원 이원경 이진순 이해랑)의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 출신 연출가로 족적을 남긴 고(故)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햄릿’은 박정자 손숙 등 연기경력 30년 이상의 원로 배우 9명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단들이 20∼50주년을 맞았다. 극단 자유가 50주년, 극단 76단·현대극장·뿌리·쎄실이 40주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작은 신화·아리랑이 30주년, 극단 백수광부가 20주년을 맞았다.

한편 지난 8월 문을 연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연 대형 클래식 공연장이다. 국내 최초의 ‘빈야드(vineyard)’ 스타일 콘서트홀로 풍성한 음향을 자랑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