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한류는 이제 필수”… 은행들, 해외로 해외로

입력 2016-12-20 04:09

우리 은행들이 ‘금융한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시중금리가 최대 20% 포인트 이상 높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은행점포를 늘리는 단순영업을 벗어나 금융 노하우 전수, 비대면 시장 조성·공략 등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현지에 1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세 번째 무역상대국이다.

신한은행은 점포 영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0월 베트남 현지 핀테크(Fintech) 업체인 ‘브이앤페이(Vnpay)’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전자지갑을 비롯한 온라인 지불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한국과 베트남에서 동시에 모바일 전문은행 ‘써니뱅크(Sunny Bank)’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베트남에서 모바일 전용 자동차 금융서비스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현지맞춤형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11월 말 기준 25개국에서 운영하는 237개 점포의 영업망이 발판이다. 아직 은행업이 성숙하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소액신용대출사업, 저축은행, 할부금융 등으로 공략지점을 달리 했다. 2014년 7월 캄보디아의 소액신용대출업체 ‘말리스(Malis)’를 인수했고, 지난해 미얀마에 소액신용대출업체를 설립했다. 올 상반기엔 필리핀 세부에 본점을 둔 중형 저축은행의 지분 51%를 확보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미얀마 건설부 및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 제휴를 맺고 주택금융을 포함하는 서민금융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현지은행에 핀테크 기술·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캄보디아에서 충전식 지갑 기반의 모바일은행 ‘리브 KB 캄보디아(Liiv KB Cambodia)’를 출범하기도 했다. 계좌이체나 해외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크메르어를 포함한 3개 국어 채팅도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은 해외송금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어느 은행인지, 계좌번호가 뭔지 몰라도 상대방의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원큐 트랜스퍼(1Q Transfer)’를 지난 2월 내놓았다. 필리핀에 이어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영국 등으로 서비스 대상국가도 늘었다.

시중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만 바라보다간 생존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하지만 무조건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은행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신흥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은행업 진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지의 금융 수요를 파악하고 다른 사업과 동반 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