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면 경북 경주에서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100일이 된다.
충격적인 지진 경험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규모 2.0대의 작은 지진도 뉴스가 되고 시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상청이 작은 규모의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리면 온라인에 빠르게 공유되며 “진동을 느꼈다”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경주 지진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다. 이 정도의 지진동은 사람이 느끼기 어렵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24·여)씨는 “경주 지진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뿐만 아니라 외국 지진 뉴스까지도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는 지진 관련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했다. 한국과 일본의 기상청 정보를 동시 활용해 지진 푸시 알림을 보내주는 앱이 나오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직접 지진동을 측정하는 앱의 다운로드 수가 100만을 넘기도 했다. 경주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서는 생존배낭을 준비해 놓거나 지진대피소를 미리 알아두는 이들도 생겼다.
18일까지 98일간 경주지역에서 총 552회의 여진(규모 1.5 이상)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5회 이상 발생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경주 지진 이후 유독 지진이 잦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는 어떨까.
지진이 잦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 때문이다. 안전처는 일본 구마모토 지진을 계기로 진도 4 이상 감지된 지역에 지진 재난문자를 보내다가 경주 지진 이후에는 규모 3.0∼4.0 지진 발생시 광역시와 도 단위까지,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시 전국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재난문자를 자주 받아보게 돼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한 듯 착각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에서 지진이 많이 난 건 아닌 것이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9월 12일부터 12월 18일까지 경주 지진의 여진을 포함한 규모 3.0 이상 지진은 25번 발생했다. 숫자만 보면 지진이 잦아 보인다. 25회 중 경주 지진의 여진을 제외하면 지난달 충남 보령과 전남 신안군 해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2번 발생한 게 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이 정도의 지진은 1번, 2014년에는 4번 있었다. 경주 지진의 여진을 하나로 계산한다면 올해만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많았다고 보긴 어렵다.
언론도 경주 지진 이후 작은 규모 지진까지 긴급뉴스로 보도하는 일이 많아 지진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재난문자가 따로 오지 않는 규모 2.0∼3.0대의 지진이 올해 많이 발생하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9월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여진을 제외하고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29번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 규모의 지진발생 횟수는 10번, 2014년에는 15번이었다. 올해의 3분의 1, 절반 수준이지만 기상청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매년 발생해 왔다”며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강태섭 교수도 “이 정도의 편차는 계속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담감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의 여진 주기도 길어져 1∼2주일을 건너뛰어 발생하기도 한다. 지반이 안정을 찾아간다는 의미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진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긴 어렵다”면서도 “여진이 지금도 발생하긴 하지만 확실히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기획] 커지는 지진 공포… 일상이 바뀌었다
입력 2016-12-20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