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서 ‘천안함’ 왜 상영하나”…문화계 인사들 ‘사찰’ 폭로

입력 2016-12-20 00:01 수정 2016-12-20 04:00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서 열린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개최한 적폐 청산 간담회에서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사찰과 관련된 폭로가 쏟아졌다. 이명박정부 때와는 다른 ‘저인망식’ 압력과 검열 등 일상적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문 전 대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도 특별검사가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전 대표는 19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펙트스퀘어에서 개최한 ‘권력기관 적폐 대청소를 위한 간담회’에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회·문화계 인사들을 초청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문화 부역자들을 솎아내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제작을 맡았던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압력은 저인망식, 일상화, 공공기관의 충성을 자체 유도하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천안함 프로젝트’ 같은 영화를 왜 상영하는지 물어보는 방식”이라며 “동원된 곳이 국정원이다. 발신번호 없이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고 대표에 따르면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하던 영화관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정부를 비판한 영화 ‘자가당착’은 제한 상영등급을 받았다. 그는 “사실상 상영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 원인 및 정부 대응에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상업영화 부문도 마찬가지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VIP 심기를 건드리는 영화 리스트를 작성한 뒤 이를 투자·배급한 사람을 모태펀드로 배제하는 방식이다. 고 대표는 “일상적 배제 리스트가 분명히 있다. 작성된 리스트에 따라 밑에 있는 분들이 충성경쟁으로 움직이는 이중구조”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의 창작산실 심의위원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블랙리스트를 통해 검열이 이뤄지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했다”며 “박근형 연출가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배제하기 위해 (문예위가) 제작지원 포기를 종용하고 포기각서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풍자물을 배포했다는 이유 등으로 6차례 기소된 이하 작가는 “한 친구도 그래피티(Graffiti·담벼락 그림과 같은 거리 예술) 대회에서 대통령 얼굴을 그렸다고 기소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간담회 뒤 기자들을 만나 “국정원과 검찰은 국정농단의 주범이며 국가기관의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부패하게 만든 핵심”이라며 “권력기관의 오래된 적폐를 청산해내는 계기로 촛불혁명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부끄럽고 창피한 답변서”라고 했다. 문 전 대표의 주장과 궤를 맞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국정원 불법사찰과 공작정치를 배후 조종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 추모 국장을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