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가운데 헌재는 최장 180일간의 심리 절차에 돌입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날지, 또 쟁점이 어떤 부문인지 등이다.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가 제출된 가운데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이정미 수명(受命)재판관 등 재판관 상당수와 헌법연구관 등이 주말을 반납하고 법리 분석에 들어갔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지난주 “탄핵 사유가 없다”며 내놓은 답변서의 사안별 대응 논리를 분석해 이번 심판의 쟁점을 추리고 이를 토대로 신속심리를 위한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 행정지원단’을 처음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지원단은 국내외 심판 관련 자료 수집, 심판 서류 접수·송달, 재판부 요청 자료 마련, 재판관 경호·도청 방지 같은 보안 강화 등 심판 외 모든 사안의 처리를 맡는다. 지원단 구성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탄핵심판 청구 인용을 요구하는 진보 진영과 기각을 요구하는 보수 진영 모두 헌재 앞에서 연일 세몰이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이자 12년 만에 이루어지는 탄핵심판의 절차와 쟁점, 전망을 들어보기 위해 조대현(65)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난 14일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2005년 7월 국회 몫 재판관으로 선출돼 2011년 7월 퇴임했다.
-탄핵심판은 어떤 제도인가.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 민주정치를 벗어나고 헌법의 기본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헌법이 탄핵심판제도를 마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국가공무원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재판과 다른 점이 있나.
“탄핵심판은 국법질서를 어긴 공직자를 파면하기 위한 것이다. 성질상 징계 절차라고 할 수 있지만 형사소송의 절차를 따르도록 되어 있다.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검찰 수사 자료를 증거로 사용하려고 할 때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에서 진술했던 피의자와 참고인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
-증인들이 헌재에 다 나올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번 박 대통령 탄핵 사건은 소추 사유가 많고 관련 증인도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피청구인이 검찰 수사 자료 등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관련 증인이 모두 헌재에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박 대통령이 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검찰에서 조사했던 피의자, 참고인 전부 다 헌재에서 증인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필요성이 생길 것이다. 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나오면 소추위원도 대리인도 다 신문할 수 있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주 진행된다고 하는 변론준비는 소추 사유와 관련된 증거를 정리하고, 피청구인의 증거 동의 여부와 증인 신문의 필요 여부를 정리하는 절차다. 그에 따라 증인 신문 계획도 세워진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인지.
“증인 신문은 소추위원 대리인의 주신문, 피청구인 대리인의 반대신문, 재판관들의 신문 순서로 이어진다. 간략하게 제한하더라도 증인 1인당 1시간 이상 소요될 것이다. 하루에 증인 5∼6인을 신문할 경우 10회 이상의 증인신문기일을 열어야 할지 모르고, 1주일에 하루 증거 조사한다면 3개월가량 소요될 것이다. 만약 1주일에 2회 증인신문하려면 쌍방 대리인이 5인 이상 있어야 감당할 수 있다. 소추 사유 전부에 대해 증거조사를 마쳐야 결론을 낼 수 있다. 따라서 탄핵 사유 중 일부만 조사한 뒤 결론을 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다만 국회가 재적 200인 이상의 찬성으로 소추 사유 중 일부를 철회하거나 소추위원이 어느 사유에 대해 증거조사를 신청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사유에 대해서는 증거조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최종 결정이 나오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소추 사유를 전부 다툰다면 박한철 소장의 임기 만료인 내년 1월 말까지 결론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3월 13일까지도 어려울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3월 말이나 4월 초로 예상한다.”
-그럼 후임자는 어떻게 되나.
“탄핵심판 도중에 소장의 임기가 종료되면 그 전에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6조 3항을 보면 재판관 임기가 만료될 경우 그 전에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이 준수해야 할 의무조항이므로 대통령 권한대행도 준수해야 한다. 일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란 점 때문에 대행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가 제한된다고 주장하지만 권한대행의 근거는 헌법이고 제한이 없다. 법률상 직무로 규정된 사항까지 수행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다.”
-새로운 재판관을 임명해 9명을 다 채운 이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이 재판관 7인 이상 모여서 심리하게 하고, 6조 3항이 임기 만료 전에 후임자를 임명해 결원이 없게 한 것은 헌법재판을 할 때 7인 이상 재판관들의 지혜를 모으라는 요구로 봐야 한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재판관 3인씩 지명 추천하게 한 것도 다양한 시각을 가진 재판관을 모아 최선의 결론을 얻을 수 있게 하려는 뜻이다. 그래서 9명 전원이 채워진 뒤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임시특별법으로 탄핵심판 종료 시까지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을 연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재판관의 이념 성향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 지명권자나 추천권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게 된다. 단지 재판관 자신의 가치관, 다양한 시각에 따라 의견의 편차가 생길 뿐이다. 재판관들은 모든 사건에서 각자 소신껏 판단하고, 그 이유를 법리와 사리에 맞게 정리해 발표한다. 결정문에 이유를 공표해야 하고 영구 보관되기 때문에 올바르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법 개정으로 공개하게 돼 있다. 전부 각자 판결 이유를 쓰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들은 나오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 중에 물러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나.
“탄핵심판은 공직자의 파면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해당 공직자가 사임하거나 파면되어 해당 공직을 상실하면 탄핵심판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따라서 탄핵 사유에 대한 증거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탄핵심판 청구는 자연스럽게 기각되게 된다.”
-특별검사 수사도 헌재에 영향을 미치나.
“검찰 수사가 이미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수사한 증거자료들을 이용해 헌재는 심판 절차를 밟을 것이다. 만약 특검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그것까지도 탄핵심판에 참고가 된다. 특검 수사가 지지부진해서 새로운 증거를 찾지 못하면 그것을 참조하지 못할 뿐이다.”
-가장 큰 관심은 결론인데 어떻게 날 것으로 예상하는지.
“이번 탄핵심판의 최대 쟁점은 직권남용과 제3자 뇌물죄가 될 듯하다. 기밀 유출과 ‘세월호 7시간’ 등은 탄핵 사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죄는 이렇게 본다. 통치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부금을 요청했고 총수들은 기업의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 기부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통치권력의 남용이고 뇌물죄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광범위하기 때문에 특정 혜택과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고 뇌물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판례다. 통치권력을 남용한 대통령은 탄핵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 조대현 前 재판관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용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7기(사법시험 17회)로 노무현 전 대통령,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능환 안대희 전 대법관과 동기다.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법원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판사 시절 ‘판결문 간결하게 쓰기’를 주도했고 헌법재판관 시절에는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성경 구절을 인용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 책을 출간할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개포교회 장로인 그는 슬하에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는데 모두 변호사다.
만난 사람=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인人터뷰] 조대현 前 헌법재판소 재판관 “朴 탄핵 사유 전부 다툴 경우 3월 말∼4월 초 결론”
입력 2016-12-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