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禁 총수들 석달 발묶여… “해외경영 어쩌나”

입력 2016-12-20 00:34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로선 출금된 총수들은 특검 수사 1차 종료 시점인 2월 말까지는 출국이 어려울 전망이어서 주요 해외 방문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예정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07∼2013년 7년간 CES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최근 3년간은 참석하지 않았다. MWC도 2013년이 마지막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전까지만 해도 이 부회장의 CES, MWC 참석은 유력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첫 행사인 만큼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참석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CES, MWC는 전 세계 주요 IT 업체 인물들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노트7 단종, 하만 인수 등 최근 삼성전자의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등 삼성전자의 리더임을 공식화할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검팀이 삼성의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을 집중 조사한다는 분위기여서 이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SK, 롯데 등 다른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해 두 기업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SK와 롯데는 “출국금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중국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년 초 직접 중국을 찾아 활로를 모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중국의 경우 꾸준히 관계를 쌓아야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중국 방문이 무산되면 내년 사업에 큰 어려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다음 달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도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신동빈 회장도 일본과 중국 등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계열사 연말 이사회가 이번 주부터 예정돼 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을 미루기 어렵다. 또 중국정부가 롯데 중국법인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최순실 측근 차은택씨에게 광고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차도 특검이 대가성 여부를 수사한다는 방침이어서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 5일 청문회 이후 건강이 악화돼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은 사업상 필요하면 외국에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