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계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19일 비상대책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비박계의 친박계 인적 청산 요구도 거부했다. 친박계 입맛에 맞는 비대위원장을 세워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전권을 주면 독배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던 비박계 유승민 의원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의 환골탈태는 고사하고 친박계 인적 청산 가능성조차 희박해졌다.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 승리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한 듯하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신임 원내수석부대표에 친박계 김선동 의원을 지명했다. 이로써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대표단이 모두 친박계 인사로 꾸려졌다. 정 원내대표의 탕평 인사 약속은 허언(虛言)이 되어버렸다. 친박계는 비박계에 대응해 결성한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도 당분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비박계를 향해선 ‘나갈테면 나가보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비박계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심지어 야3당이 정 원내대표의 취임 인사를 거부했지만 신경쓰지 않겠다는 눈치다.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온 친박계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새누리당 주인 노릇을 계속 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 이어 야당조차 문전박대하는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친박계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조차 없는 ‘도로 친박당’은 잘해야 ‘TK 자민련’으로 축소될 것이다.
비박계는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비박계가 이런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원장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아무런 희망이 없다. 개혁을 통한 정권 재창출이 요원한 상황에서 친박과 공생하는 기회주의자라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박계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처리 과정 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주저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왔다. 친박계를 비난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자신을 버리는 정치적 모험은 해본 적도 없다. 아직도 탈당파와 잔류파로 나뉘어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웰빙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과감히 미련을 버리고 결단력을 보여줄 때가 됐다.
비박계에 바라는 국민의 요구는 분명하다. 환골탈태가 거의 불가능해진 새누리당에서 허허벌판으로 뛰쳐나가 진정한 보수정당 건설에 나서라는 것이다. 새 집을 지어야만 갈길 잃은 보수층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 내년 대선 승리는 차후 문제다. 비박계가 또다시 머뭇거린다면 친박계의 공동정범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사설] 비박, 새누리에 미련 버리고 보수신당 세워라
입력 2016-12-19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