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중으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구체적 시기와 결론까지 제시하고 있다. 반면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시민들도 극과 극의 대치 양상을 보이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헌재 주변에서 열린 제8차 주말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헌재는 박근혜를 즉각 탄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근혜 탄핵을 무효화하고 국회를 해산하라”고 맞불집회를 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 누구든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주장을 넘어 사법체계를 흔들려고 한다면 이는 반민주적 행동이다. 최근 헌재의 탄핵 절차와 관련한 일부의 주장은 이 같은 우려를 하게 한다. 예컨대 대통령 탄핵 사유를 다 심리하지 말고 탄핵 사유가 분명한 것만 선별 심리해서 빨리 탄핵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했으니 헌재는 그냥 따르기만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과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한 만큼 정치권도 헌재의 판단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 절차이고 도리다.
정치적 공세와 법적 공세는 분명 달라야 한다. 정치적 주장으로서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각각의 사유는 매우 중요하고 헌재는 그 판단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를 통해 다시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우리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인권과 자유 외에도 국가의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는 의미도 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농단과 범죄행위를 판단하는 문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헌재도 정치권 눈치 보지 말고 ‘철저하되 신속하게’ 탄핵 심판을 진행시켜야 한다. 정치권도 더 이상 헌재를 흔들려 하지 말라. 정치가 법을 지배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사설] 憲裁 흔들기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입력 2016-12-19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