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가운데 사용은 가능하지만 일반적 돈과 다른 게 있다. 국가 행사나 역사적 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발행하는 기념주화다. 한국은행은 2018년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2000원권 기념지폐를 내년 말 발행키로 했다. 동전 형태가 아닌 지폐로 발행하기는 처음이다. 한은은 기념주화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을까. 그동안 발행된 건 얼마나 될까.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은은 50차례에 걸쳐 152종의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최초의 기념주화는 1971년 3월 2일 나온 ‘대한민국 반만년역사’ 기념주화다. 세종대왕, 선덕여왕, 이순신 등 인물과 고려청자, 남대문 등 문화재가 새겨진 12종이다. 당시 기념주화 제조기술이 없어 이탈리아 제조회사를 통해 기념주화를 주조해야만 했다.
가장 대중적인 기념주화는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주화와 제5공화국 기념주화다. 가정마다 한두 개는 있을 정도로 많이 찍었다. 서울올림픽 기념주화는 올림픽 유치를 기념해 1982∼83년 2차례, 개막을 앞둔 1987∼88년 5차례나 만들었다. 7차례에 걸쳐 발행된 물량은 1152만개에 이른다. 제5공화국 기념주화는 1981년 700만개가량이 시중에 풀렸다.
내년에 발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주화는 앞면에 동계올림픽 종목, 뒷면에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소재로 한 호랑이와 소나무가 그려진다. 최대 발행량은 280만장이다. 한은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주화를 2차례에 걸쳐 발행키로 했다. 금화 2종, 은화 8종 등 11종으로 전체 발행 예정물량은 65만개 수준이다.
기념주화와 기념지폐는 한은 총재가 승인한 법정통화다. 때문에 결제수단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수집가의 소장용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액면가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수십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3 대전엑스포 6종 세트’ 기념주화는 발행 당시 판매가가 95만원이었지만 화폐 수집 시장에서 30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6종 세트’도 발행 때 판매가는 130만원가량이었지만 현재 320만원 넘게 줘야 구할 수 있다. 최고가로 거래된 것은 최초의 기념주화인 ‘대한민국 반만년역사’ 기념주화로 지난 3월 금·은화 12종 세트가 옥션에서 4100만원에 낙찰됐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1971년 ‘반만년역사’ 시초… 5共 700여만개 남발
입력 2016-12-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