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메르스, 그리고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위기가 발생했어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선교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재해와 테러, 사고와 질병, 그리고 박해와 추방 등은 171개국에서 활동 중인 3만명 가까운 한국 선교사를 위협하고 있다. 선교사와 파송 교회, 선교단체는 이같은 위기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이사장 김록권)이 지난 14일 펴낸 '선교사와 지역교회를 위한 위기사례연구 II'에서 대표적 위기 사례를 뽑아 소개한다.
긴급 철수
이슬람권에서 사역하던 A선교사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무슬림을 전도했다. 또 가정교회를 세워 무슬림들에게 예수를 전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 저녁이었다. 그날은 세례식을 겸했는데 갑자기 현지 공안당국이 들이닥쳤다. A선교사와 현지인 성도들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공안당국은 집 전체를 뒤졌고 컴퓨터와 주변기기, 기록장치 등을 압류했다.
A선교사는 1차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곧바로 선교본부와 파송교회, 현지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무엇보다 현지인 신자 보호를 최우선 했다. 본부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소집하고 대처방안을 강구, 대비토록 했다. A선교사는 통신수단이 차단돼 있어 다른 사역자들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A선교사는 2차에 걸쳐 조사를 받았고 결국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 주변 사역자들은 A선교사를 만나 위로하고 격려했다. 선교본부에서는 A선교사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따뜻하게 영접했고 파송교회는 거처를 제공했다.
범죄 피해
B선교사는 남미의 한 국가에 파송된 초년 선교사다. 입국 1년까지 다양한 지역을 탐방하면서 언어와 문화 적응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언어 학습을 위해 그는 집에서 도보로 50분 거리인 현지 대학을 다녔다. 걸어서 통학을 했는데 버스를 타는 것이 쉽지 않았고, 또 고산지역이라 꾸준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길러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B선교사는 그의 아내와 함께 골목을 걷고 있었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현지인이 갑자기 옆구리에 흉기를 들이대며 강도로 돌변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B선교사는 엉겁결에 주머니에 있던 잔돈과 동전들을 다 꺼내주었다. 그러자 강도는 선교사의 주머니를 다시 뒤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선교사의 아내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주었다. 강도는 지갑을 잡아채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강도가 가져간 것은 잔돈이 든 ‘호신용 지갑’이었다. 순간적으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다.
안전사고
동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P선교사의 부인 C선교사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아름(가명)이와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딸은 경상을, C선교사는 별세했다.
사고 직후 파송 선교단체는 즉시 현지팀에 위기관리체제를 구축하고 2명의 선교사가 교대로 남편 P선교사와 함께 병실을 지키며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또 주변 한인교회와 현지 선교사회에도 알려 기도를 부탁하는 등 지원을 도왔다. 선교회 대표는 선교사 가족들과 파송교회에 보고했다. 파송교회는 해외선교위원회에서 이 소식을 설명한 후 사후처리를 위해 선교단체와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선교사 위기 대처를 위한 표준 지침으로 6단계를 권장하고 있다. 위기 예측, 위기관리팀 조직, 비상계획, 보고 체계 가동, 교육 훈련, 위기 기금과 비상금 확보 등이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전도자들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사역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며 “선교단체와 파송교회, 선교사 자신은 위기 관리의 기본 지침을 준수하면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해외선교지 긴급상황, 신속 대응이 '생명줄'
입력 2016-12-19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