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60)씨 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6명의 피고인과 ‘공범 관계’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를 하지 못하고, 최씨 또한 침묵하면서 두 사람 사이 ‘모의 내용’은 빈칸으로 남았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검찰 공소장에 좀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점을 집중 공략 포인트로 내세웠다. 반대로 박 대통령 대면 조사 방침을 분명히 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최씨에 전권 왜?
최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 재단은 한류 확산 및 스포츠인재 양성 등의 목적으로 설립됐다.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위한 박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런 재단의 운영을 “잘 살펴봐 달라”며 비전문가 최씨에게 맡겼다.
최씨는 재단 설립 모든 과정을 장악했다. 당초 이름으로 알려진 ‘한류문화재단’은 미르로 바뀌었고 임원, 실무자 등도 직접 면접을 보고 발탁했다. 재단 설립이 미뤄지자 중국 리커창 총리 방한을 빌미로 추진을 재촉한 것도 최씨였다.
특히 최씨는 재단 목적 사업 수행에만 써야 할 재단 기본재산 비율을 급격히 낮추는 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미르재단의 기본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은 9대 1이었다. 그러나 재단 설립을 앞두고 2대 8로 조정됐다. 재단 돈을 운영자금 등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합법적 통로를 처음부터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출연금을 비자금처럼 만들어 빼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소장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라고 돼 있지만 이는 애초 최씨의 요구사항이었다. 배경에 박 대통령이 있을 정황도 뚜렷하지만 내용은 빈칸으로 남겨져 있다.
대통령-대기업 총수 만나 무슨 말?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진술 등으로 재단 자금 마련을 위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한 사실은 밝혀졌다. 그러나 배석자 없이 진행된 독대에서 박 대통령과 총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분명치 않다.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 출연금을 낸 게 ‘사실상 뇌물을 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총수들은 청문회에서 “자금 지원 요청은 없었다” “대가성은 없다” 등으로 뒷거래를 부인했다.
대통령, 최씨 개인사업 지원 왜?
박 대통령은 최씨가 개인회사를 내세워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빈칸은 존재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의 민원을 전달했고, 두 사람 간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불명확하다. 최씨가 세운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하는 과정만 해도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회사소개 자료를 주면서 “현대차 측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부분만 기재됐다.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박 대통령의 지시 부분은 명시돼 있지만 최씨의 부탁을 왜 들어줬는지는 빠져 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특검, 빈칸으로 남은 ‘朴 대통령-최순실 모의 과정’ 밝힌다
입력 2016-12-19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