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앨러간사의 ‘보톡스’가 버티는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메디톡스가 연일 언론을 통해 경쟁사 중 한 곳인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 출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대웅제약 측이 공식적으로 밝혀온 자사 나보타 균주 출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마구간이다. 지난 2010년 이곳 땅에서 균주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창회가 제정, 시상하는 ‘2016 올해의 자랑스러운 동문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현호(54) 메디톡스 대표를 지난 14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정 대표는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다.
-대웅제약을 ‘균주 도둑’으로 모는 양상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결백함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사실 좀 낯설다.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의약품에 부착되는 바코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을 이용해서 그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관련 기술의 발달로 비교적 짧은 시간과 비용으로도 미생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대웅제약 측을 의심하는 가장 큰 근거 역시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이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진뱅크’에 등록된 대웅제약 ‘나보타’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염기서열 1만2919개를 일일이 대조, 확인했다. 그 결과 우리 메디톡신 균주와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기하지 않은가?
53년 역사의 ‘통합 보툴리눔 연구 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도 지리적 편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A형, 유럽에서는 B형, 캐나다 및 알레스카에서는 E형, 프랑스와 스페인에선 F형이 주로 발견된다. 남미의 경우엔 G형이 흔하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또 다른 특성은 동일 지역의 같은 형(type)일지라도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균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배양을 거듭할수록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메디톡신 균주의 원산지는 미국이다. 양규환(72) 카이스트(KAIST) 명예교수가 1970년대 말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수 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보툴리눔 톡신을 주 연구과제로 선택, 연구를 하다가 한국의 독소학(毒素學) 발전을 위해 들여온 것이 모태(母胎)가 됐다. 양 교수는 내가 우리나라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도운 분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이 균주가 국내 한 마구간에서 발견했다는 자사 균주와 염기서열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왜냐 하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그 누군가와 유전적으로 똑같다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측은 자사의 나보타 균주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솔직히 밝혀야 한다.”
-미국 시장 진출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있다.
“메디톡스는 2013년 9월, 미국 엘러간사와 신개념 액상 보툴리눔 톡신 제품 3억 6000만 달러어치(약 4000억 원)를 한국을 제외(일본은 공동판매)한 미국 및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현재 이를 위한 전용 공장도 완공한 상태다. 새해 상반기부터는 미국 및 유럽에서의 제3상 임상시험연구도 시작한다. 앨러간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보톡스’를 최초로 개발, 시판하고 있는 제약사로,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듣기로 대웅제약 나보타는 현재 미국에서 제3상 임상시험연구까지 마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 신청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안다. 균주 논란과 상관없이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길 바란다.
우리는 나보타의 미국 시장개척을 방해할 목적으로 균주 출처를 밝히라고 하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 역시 궁극적으로는 우리 제품을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 주 목표다. 찝찝한 균주 도용 논란을 빨리 잠재우고 국내외 어디를 가든지 떳떳하게 같이 경쟁하자는 의미에서 균주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출처가 분명치 않은 균주와, 원산지가 다른 균주의 염기서열이 어떻게 해서 100% 일치하게 됐는지를 분명히 하면 될 터인데, 자꾸 회피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더욱이 대웅제약은 자기네 균주 발견 및 산업화 연구에 관한 논문 한 편 발표한 바가 없고, 해당 균주 발견자가 누구인지조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단순히 화학적 구조로만 특화가 결정되는 일반 합성 의약품과는 달리 생물학적제제는 생물체 기원 물질을 주 원료 또는 주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메디톡스의 향후 계획과 대웅제약 측에 바라는 게 있다면?
“우선 대웅제약 측은 ‘기업 비밀’이란 이유로 균주 획득 경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지금과 같은 ‘모르쇠’ 일관 행위를 중단해주기 바란다. 대웅제약은 우리가 처음부터 제안한 공개토론에 성실하게 응하고 관련 업계 및 학계, 언론 그리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일련의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길 강력 촉구한다.
2017년은 우리 회사로선 대내외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다. 상반기 중 공장이 3개로 늘어나고, 연산 6000억 원 어치의 보툴리눔 톡신 생산능력도 갖추게 된다. 제2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도 좋을 정도의 발전이다.
아울러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 등 보툴리눔 톡신 제품군 3종을 모두 선보이게 되고, 필러 제품군인 뉴라미스의 제품라인도 2개 이상 추가된다. 현재 28개국과 18개국에 각각 수출되고 있는 메디톡신과 뉴라미스의 해외시장을 더욱 다변화하는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다.
가능하다면 독소학회를 만들어 보툴리눔 톡신 등 각종 독소에 대한 연구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새해에는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인터뷰]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대웅제약이 밝힌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믿을 수 없다”
입력 2016-12-20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