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금융 당국에 맞서온 생명보험업계 ‘빅3’(삼성·한화·교보)가 한발 물러섰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와 보험사의 행정소송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됐다. 양측의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으로 들어섰다.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2011년 1월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2011년’은 보험업법에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미지급한 경우 행정 제재를 내릴 근거조항이 마련된 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16일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소명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일부 고객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를 중징계하겠다고 통보했었다. 빅3를 포함해 4개 회사에 영업정지, 등록취소, 임직원 해임권고 등을 내릴 수 있다며 압박했다. 전액 지급 방침을 밝힌 신한생명 등 10곳에 경징계(과징금 100만∼600만원 부과)를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 당국과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4월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대부분 생보사는 재해사망특약에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후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을 준다’고 명시했었다. 이를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책임적립금을 주는 걸로 변경했다.
금융 당국은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했거나 현재까지 유지된 계약의 경우 기간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금융 당국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춰 만든 약관일 뿐”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지난 9월과 10월 대법원은 소멸시효 2년이 완성된 계약의 경우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생보업계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하급심부터 2∼3년을 끌어온 판결이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보험업법에 근거해 생보사들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사엔 경징계, 이를 거부한 생보사엔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통보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압박을 가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압력이 거세지자 중징계 통보를 받았던 4곳 가운데 알리안츠생명이 지난 5일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의사를 밝히며 ‘백기’를 들었다. 이어 교보생명도 타협책을 제시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삼성·한화·교보생명이 향후 금감원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발 뒤로 물러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 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확정된다. 생보업계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은 삼성생명 약 1608억원, 교보생명 약 1134억원, 한화생명 약 800억원이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금감원 압박 통했나… 자살보험금 갈등 ‘봉합’
입력 2016-12-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