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우빈입니다.” 한결같이 겸손한 인사. ‘당연히 날 알고 있을 것’이라는 스타의식 따위 없다. 누굴 만나든 반사적으로 고개부터 숙인다. “잘 지내셨어요?” 간단한 안부 인사마저 다정함이 묻어난다. 어쩜 이런 배우가 다 있느냐고? 김우빈(본명 김현중·27)을 아는 이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작품 속 ‘센’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다소 낯설 수 있겠다. 반항기 있는 고등학생(‘신사의 품격’), 사랑에 서툰 재벌 2세(‘상속자들’), 주먹이 전부인 건달(‘친구2’), 능청스런 금고털이범(‘기술자들’), 철없는 백수(‘스물’), 까칠한 톱스타(‘함부로 애틋하게’)…. 그는 매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스터’에서는 한층 더 무르익은 느낌이다.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의 오른팔 박장군 역을 맡아 스크린을 한바탕 휘저었다. 형사(강동원)의 은밀한 제안을 받고 고뇌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선까지 탁월하게 소화했다.
김우빈의 재기발랄함은 러닝타임 143분에 달하는 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병헌 강동원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그들 존재감에 압도되기는커녕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우빈은 “제 연기를 그렇게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훌륭한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저는 막내로서 제 역할에만 집중했어요. 부담이 있었지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거든요.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살아있게 연기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저도 더 신나게 연기했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박장군 캐릭터는 실제 그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우빈은 “제가 연기한 인물이니까 제 안에도 (그런 면이) 조금 있지 않을까 싶다”며 “작품을 할 때마다 제 안에 있는 걸 꺼내어 살을 붙여 캐릭터를 만들어나간다.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제게도 (박장군처럼) 장난스러운 모습이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선배들과 호흡 맞춘 소감을 묻자 그는 어느 때보다 빛나는 눈으로 답했다. “매 순간 놀라웠어요. 그냥 귀를 열고 쳐다만 보고 있으면 저절로 리액션이 나와요. 굳이 뭔가를 하려고 할 필요가 없었죠. 가까이에서 제가 느낀 그 눈빛과 공기를 카메라가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얻은 바가 컸다. 김우빈은 “선배들은 현장 분위기 자체를 밝게 만들어 주시더라. 감독님이 ‘오케이’ 해도 ‘한 번 더 하자’는 열정을 보여주신다. ‘이래서 그 자리에 있는 거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느꼈고 배웠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 6년차인 김우빈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모델 출신 20대 연기자 가운데 독보적이다.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열정까지 더해졌다. 본인의 성장을 스스로도 느끼느냐는 말에 그는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게 눈에 보이면 저도 알 텐테…(웃음).”
“(연기가) 좀 더 즐겁고 편안해진 것 같긴 해요. 다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아요.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계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내년 계획을 물으니 “좀 더 많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반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 배우를 꿈꿨을 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김우빈은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늘 아쉬워요”… 김우빈, 매 순간 놀라운 겸손킹 [인터뷰]
입력 2016-12-2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