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답변서 보니… “최순실 국정 개입 1%도 안되는데”

입력 2016-12-18 18:31 수정 2016-12-18 21:28
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소추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가운데)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소추위원단·대리인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범계 의원, 오른쪽은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 김지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10여 가지 헌법·법률을 어겼다는 국회의 탄핵소추 주장에 “아무런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공소장은 검사의 의견을 적은 것에 불과하고, 적잖은 탄핵소추 사유는 그저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등에 대한 형사재판 1심 결과조차 없고, 증거가 나오더라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다는 게 박 대통령의 결론이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 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며, 이 비율은 국회에서 입증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어긴 헌법이 없다”

18일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지난 16일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가 아무런 증거 없이 이뤄졌기 때문에 부적법하고, 각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소추 사유를 뒷받침한 검찰의 공소장이나 언론의 의혹제기 기사들은 객관적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게 대전제였다. 박 대통령 측은 “피청구인이 최순실 등의 전횡이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등과 같이 사실 인정이 달라질 경우 탄핵소추 사유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은 국정농단 세력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은 헌법 위배를 지적한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최씨 등이 공무상 비밀인 국가 정책을 받아보고 인사에 관여했다는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등 의무 위배’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최씨의 사익 추구를 몰랐으며,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만일 국정 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듣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된 일이라며 대통령이 투명 거품에 고립된다는 뜻의 ‘백악관 버블’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경질 등 최씨 측의 인사 전횡을 둘러싼 ‘직업공무원제도,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 등 위배’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인사에 참고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뇌물수수 등의 범죄가 결부되지 않는 한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논리였다. 박 대통령이 최씨를 잘못 믿었다는 결과적 책임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일 뿐 법적 탄핵 사유는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사기업의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임원 인사에 관여했다는 등의 ‘재산권 보장 의무 등 위배’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요구가 아니었음을 재강조했다. 비선실세 전횡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해임 지시를 묵인했다는 등의 ‘언론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위배’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지탄한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배’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했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신속하게 현장 지휘를 하는 등 생명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변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댄 무리한 주장”이라며 “탄핵 논리대로라면 모든 인명피해 사건에서 대통령이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위법한 지시·묵인 없었다”

지난 16일 “검찰 공소장에 빈 칸이 많다”고 밝힌 바 있는 박 대통령 측은 법률 위반을 기초로 한 탄핵소추 사유들도 모조리 부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뇌물 성격을 반박했다. 설령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위법이 있더라도 박 대통령에게는 위법·부당한 지시 여부가 조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GKL의 펜싱팀 창단에 대해서는 “문화·체육 융성이라는 정책적 관점에서 협조를 부탁한 것”이라고 취지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최씨 측의 특혜로 판명된 현대차의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및 KD코퍼레이션 납품 허용과 관련해서는 “개별 기업의 납품, 직원채용, 광고 등은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판례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탄핵정국의 단초가 됐던 공적 문건의 최씨에 대한 유출에 대해서는 아예 “연설문 외 문건은 비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했고, “구체적 유출 경로를 알지 못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했다. 만일 문건이 빠져나갔더라도 대통령 지시로 최씨에게 전달된 게 아니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주장이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