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장미꽃 들고… 박사모 등 보수단체 ‘맞불 집회’

입력 2016-12-18 18:52 수정 2016-12-18 21:07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무효와 국회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경찰 측 추산 3만여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뉴시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 장미꽃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있다. 이들은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박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뉴시스
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17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일대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이날 보수단체 회원 51만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3만3000명으로 추산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종로 일대에 소형 태극기와 장미꽃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억지탄핵 원천무효’ ‘누명탄핵 원천무효’ 등의 손팻말을 들고 “탄핵 무효”라고 외쳤다. 안국역은 헌법재판소로부터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오후 1시부터는 ‘백만송이 장미 대행진’을 진행했다. 사회자가 “청와대 앞에 가서 장미꽃 한 송이 놔드리자.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우리가 있다는 뜻을 전달하자”고 행진 취지를 설명했다.

회원들은 ‘정의로운 헌법재판관님 부디 국가를 위한 판결을 해주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동십자각로터리를 지나 청와대 동쪽 세움아트스페이스 앞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를 향해 장미꽃을 내려두고 돌아왔다.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나쁜 좌파들은 우리가 물리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울부짖는 회원도 있었다. 행진은 오후 4시쯤 마무리됐다.

보수단체인 엄마부대봉사단 등도 오후 2시부터 인근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소공원에서 탄핵무효 국민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서울역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길 건너 광화문광장에서는 촛불집회 사전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다. 경찰이 경력과 차벽을 이용해 보수단체 회원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분리시켰지만 행진 과정에서 일부 실랑이도 벌어졌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항의 의미로 ‘박근혜 구속’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서 보수단체의 행진 대열을 바라봤다. 일부는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냐”고 말했다. 이를 본 보수단체 회원들이 “빨갱이를 때려잡자” “너 북한 가서 살아”라고 대응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집회가 끝난 뒤 안국역 근처 쓰레기통과 거리 곳곳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용한 태극기가 버려진 채 발견되면서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