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최순실은 키친 캐비닛”

입력 2016-12-18 18:04 수정 2016-12-18 21:37

탄핵소추 사유를 모조리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답변서에는 ‘키친 캐비닛’이라는 말이 담겼다. 대통령의 식사에 초대받을 정도로 격의 없는 소통을 할 수 있는 ‘부엌 내각’이라는 뜻인데, 실상 비아냥의 의미가 담겼던 용어다. 박 대통령은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이 말을 썼다.

결국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이 대통령의 헌법 위배라기보다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이었다는 강조였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봉하대군’ ‘만사형통’ 등의 별칭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친형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대우조선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을 받았다는 사례를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만사형통’으로 불린 형 이상득 전 의원의 민원 전달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임 대통령들도 공적 경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 민원을 청취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토대로 최씨에게 의견을 물은 일들은 “시야가 제한된 직업 공무원들의 보고체계에 의존하지 않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임 대통령들도 그랬는데 뭐가 문제냐는 변호는 계속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경질, 1급 공무원들의 일괄사표 등을 둘러싼 공무원 임면권 남용 지적에 대해서는 “노무현정부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 직후 행자부 1급 공무원 11명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출연에 대해서도 “노무현정부 당시 삼성 일가가 8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가 나서서 이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하며 재단 이사진을 친노 인사들로 채운 사례도 존재한다”고 맞섰다.

최씨 특혜 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신정아 사건’을 예로 들어 무죄추정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신정아 사건에서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같은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고 했다. 당시 변 전 실장은 연인관계였던 신씨 부탁으로 대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직무로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