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탄핵 촛불… “황교안은 박근혜다” 외쳐

입력 2016-12-18 18:51
17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원주의료원 사거리에서 원주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고등학생 300여명이 참가해 박근혜정권 퇴진과 국정 역사 교과서 철회를 촉구했다. 뉴시스

촛불은 시들지 않았다. 17일에도 전국에서 77만2500명(경찰 추산 7만7000명)이 8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만 65만명(경찰 추산 6만명)이 모였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삼청동 총리공관과 헌법재판소 앞으로 향했다. 시민들은 “황교안은 박근혜다”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입하면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고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순혜(70·여)씨는 “탄핵안이 가결됐으면 대통령이 양심을 갖고 물러나야 되는데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너무 분통이 터져서 오늘 또 나왔다”면서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시민들은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 참석한 뒤 오후 6시55분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은 여전히 청와대를 향해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나아갔다. 황 총리가 있는 삼청동 총리공관과 탄핵 심판을 맡은 재동 헌법재판소로도 향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총리공관으로 향하는 행진의 선두에 섰다. 황 총리는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사고 책임자를 규명하는 일에 책임이 있다. 유가족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굳은 표정으로 걸었다. 시민들도 구명조끼를 나눠 입고 뒤를 따랐다.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304개의 구명조끼였다. 총리공관으로 향한 시민들은 “황교안은 박근혜다” “공범자 황교안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헌법재판소로 향한 시민들도 “헌재는 조속히 탄핵하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오후 8시쯤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복귀해 마무리 집회를 한 뒤 오후 9시쯤 귀가했다. 이날도 연행자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총리공관으로 행진한 설재영(39)씨는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청문회도 봤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정부 관계자들이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거리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김모(52)씨는 “지금 나라는 선장인 대통령이 또다시 나 몰라라 도망가 버린 꼴”이라며 “지금은 나라 전체가 세월호”라고 말했다.

8차 촛불집회까지 누적 참가인원은 820만명을 넘어섰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성탄 전날인 24일과 31일에도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3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박영신(送朴迎新)’의 의미를 담아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10차 주말 촛불집회에 이르면 지난 10월부터 참가한 누적 인원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