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생명 살린 ‘하임리히법’ 창안자 별세

입력 2016-12-18 19:19 수정 2016-12-18 21:26
한 여성이 남자아이를 일으켜 세운 뒤 양팔을 갈비뼈 아래에 두르고 양손으로 배꼽 윗부분을 안쪽으로 세게 당겨 기도를 막은 이물질을 토하게끔 하는 응급처치법인 하임리히법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기도 내 이물질 제거 구급법인 ‘하임리히법(Heimlich Maneuver)’을 창안해 수많은 목숨을 구한 헨리 하임리히(사진) 박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크리스트병원에서 심장마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6세.

AP통신에 따르면 1920년 델라웨어주 웰밍턴에서 태어난 하임리히 박사는 코넬대 의대를 졸업한 뒤 신시내티의 유대인 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74년 매년 수천명이 이물질 때문에 질식사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구급법을 고안했다. 하임리히법은 기도가 막혀 질식 상태에 빠진 환자를 일으켜 세운 뒤 양팔을 갈비뼈 아래에 두르고 양손으로 배꼽 윗부분을 안쪽으로 수차례 세게 당겨 이물질을 토하게끔 하는 응급처치법이다.

하임리히법은 보건소는 물론 식당과 항공사 등에서 적극 채택함에 따라 대중적인 구급법으로 자리잡았다. 여태껏 미국에서만 적어도 10만명이 하임리히법으로 질식사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에드 코흐 전 뉴욕시장,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할리 베리 등 많은 유명인이 하임리히법으로 목숨을 구했다. 2014년 영화감독 겸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골프 대회에서 하임리히법으로 대회 관계자의 목숨을 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5월 하임리히 박사는 노인요양시설에서 직접 하임리히법을 실시해 다른 사람을 살렸다. 80대 여성은 하임리히 박사의 도움으로 기도를 막은 햄버거 조각을 뱉어낼 수 있었다. 당시 하임리히 박사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임리히법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며 “하임리히법으로 살아난 이들이 내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