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한국경제 후폭풍 얼마나] 신흥국에 ‘경제 한파’ 몰아닥치면 수출 ‘치명상’

입력 2016-12-18 18:19 수정 2016-12-18 21:46




미국 금리인상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높아질 미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정부의 외환건전성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소비 등 경기도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신흥국들에 경제 한파가 닥칠 경우 수출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 투입을 늘려 경기 위축을 막고, 시중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서민·저소득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금융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미 금리인상에 따른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 현상이다. 금융시장 불안도 문제지만 한국의 대외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8위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하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지만 가파르게 예고된 미 금리인상 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수출도 중·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미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 달러화 강세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미 금리인상으로 예상되는 신흥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미 금리인상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생산과 수출에 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과 외환시장 등 눈에 보이는 위기도 문제지만 미 금리인상은 실물경기를 옥죌 것으로 보인다. 시중금리 인상으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 소비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소비 위축은 국내 총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생산·투자·소비 모두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대기업·고소득층보다 자영업이나 중·저소득층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134만 가구(1분기 기준)로 추정되는 빚에 허덕이는 한계가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인하대 경제학과 김진방 교수는 18일 “대출 상환 능력이 취약한 대출자들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이 지금보다 어려워지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개별 가계들의 위기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 금리인상 직후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11개월 만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회동해 협조 방안도 논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의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면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긴밀하게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조작 감시가 현재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한국 정부의 통화정책 재량권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 금리인상 파고를 넘기 위한 정책 대응은 재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목소리로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재정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OECD는 최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 중 정부 소비 증가율을 올해 3.8%에서 내년 2.8%로 줄어든다는 점은 지적하며 “적정 총수요 관리를 위해 보다 확정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요동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물경제의 악영향이라며 정부의 재정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미 금리인상 영향으로 수출이 부진해지고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소비는 더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 카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지출밖에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