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법률 아무 것도 어기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

입력 2016-12-18 17:38 수정 2016-12-18 20:20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서가 전격 공개됐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답변서를 받은 국회가 18일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를 연 뒤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탄핵 사유로 제시된 국민주권주의 등 헌법 위반 5건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 법률 위반 8건을 모두 부정했다.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 수사 결과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4쪽 분량의 답변서는 서론-탄핵소추 절차의 문제점-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답변-결론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과 관련, “최순실 등이 국정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의 국정농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목적이 정당했고 이 재단을 통해 각종 비위를 지시하거나 적극 방조한 사실이 없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차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추진했던 일”이라고 밝힌 데 비추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박 대통령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아무런 자격도 없는 최순실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질서를 무시한 셈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실태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입증됐다. 차은택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 동급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러고도 최씨 등의 국정농단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한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전형이다.

100만 촛불집회로 국민의 탄핵 의사가 분명해졌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사유로 이루어진 탄핵소추는 헌법상 권력구조의 본질을 훼손하는 위헌적 처사”라고까지 했다. 촛불민심에 대한 박 대통령의 그릇된 현실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 근무했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고 강변했다. 헌재의 심리 자료 확보에도 제동을 걸고 나선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 결론을 “뇌물죄 등은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뒤 결정돼야 한다”고 맺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답변서 요지를 보면 결국 국민이 분노하는 헌정질서 유린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은 여전히 잘못도 모르고, 책임도 못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어이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헌재 심리 과정에서 직접 출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향후 진행될 특검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란다. 헌재도 대통령과 국회의 주장·논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심판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