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북핵 위협까지 현실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태까지 맞이하였다. 그러잖아도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응전략 부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의 탄핵 국면은 외교안보 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둘러싸고 한류 금지령(禁韓令)까지 발동하는 등 중국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시대 개막에 기회와 위협이 병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선거 기간 트럼프가 보인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향후 통상 마찰 가능성을 높이는 위협 요인임이 분명하다. 반면 ‘미국 제일주의 부활(Make America First Again)’을 중심으로 한 신고립주의적 보호무역주의와 반세계화 정서, 다자간 통상질서 반대 등이 중국의 외교 공간을 확대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특히 기존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나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의 조정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 직무정지는 한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압박하고 미국에도 사드 반대 메시지를 계속 던질 만한 호재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박근혜정부, 특히 박 대통령 개인 결정으로 간주해 대통령 직무정지나 조기 대선으로 신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배치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탄핵은 한국 내정문제이며 빠른 정국 안정을 바란다면서도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일관되게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 한류 금지령(禁韓令)이 현실화됐음에도 중국 정부는 이를 부정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중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사드 배치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탄핵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와 함께 2017년 말 배치 완료라는 원래 계획을 수정해 내년 5월까지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일본도 사드 도입을 천명했고, 한·일은 군사정보보호협정까지 맺었으며, 트럼프는 군사안보라인을 강성 인사로 배치했다. 특히 트럼프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 이어 중국이 무역문제나 북핵 문제 등에 협조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도 재고 대상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사드를 도입하는 것은 북핵의 현실적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중국은 사드가 반경 수천 ㎞에 달하는 미사일 탐지용 레이더이며, 미사일 기지나 군사정보가 노출돼 중국의 안전과 이익에 결정적 손해를 끼친다면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장치를 왜 한국이 받아들이느냐는 입장이다. 중국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불안한 정세가 계속되면 사드 배치가 늦어지거나 중국이 배치를 철회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너무 자기중심적 논리다.
북핵 위협의 제거에 어떠한 영향력 발휘나 구체적 실천 조치도 없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에만 불리하다고 인접국의 안보 위협은 고려하지 않는 논리로는 한국을 설득할 수 없다. 우리는 중국이 남중국해 매립 도서에 자국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자국 안전 보호를 위해 자국 영토에 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이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주장을 기억한다. 상황 논리에 따른 이중적 잣대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압박 강화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북핵은 현존하는 한국 최대의 안보 위협이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한반도포커스-강준영] 탄핵 사태를 보는 중국의 눈
입력 2016-12-18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