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못 넘긴 ‘알레포 엑소더스’

입력 2016-12-17 05:45
시리아 정부군이 탈환한 알레포 동부지역에서 15일(현지시간) 피난길에 나선 시민들이 정부가 제공한 녹색 버스 주변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날 버스와 구급차 등을 나눠 탄 시민 8000여명이 동부지역 밖으로 떠났다. 시리아 정부군은 수만명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16일 오전 일방적으로 철수 종료를 선언했다. 륥륺

휴전 협정에 따라 시작된 시리아 알레포 동부지역 ‘엑소더스’가 피난이 종료됐다는 시리아 정부군 측 주장에 따라 하루도 안 돼서 잠정 중단됐다.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은 피난 첫날인 15일(현지시간)부터 16일 오전까지 최소 8000명의 반군과 시민이 버스와 구급차를 타고 알레포 동부를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시리아가 알레포에서 철수하는 반군과 주민의 신변안전을 보장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정오쯤 시작된 피난 행렬은 밤을 넘겨 16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알레포를 빠져나가는 차량에 반군이 총격을 가해 휴전 협약을 깨버렸다며 철수 계획을 돌연 중단시켰다. 러시아 국방부는 “철수를 원하는 여성과 아동 등 9500여명이 모두 알레포 동부를 빠져나갔다”며 남아있는 반군을 최종 소탕하는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구호단체 등은 철수를 원하는 시민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특사는 “알레포 동부에 민간인 4만명을 포함해 5만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강제로 터전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분노와 폭력이 멈춘 데 대한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주민들이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부는 정부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집 안의 소지품을 태우기도 했다. 주인이 떠난 거리에는 알레포의 비극을 한탄하고 뱌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원망하는 그래피티가 남았다. “알레포여,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파괴된 이 건물들은 우리의 저항과 그대들의 유죄에 대한 증거다”, “알아사드와 그의 동맹들이 부숴버린 건물마다 일가족과 그들의 꿈이 함께 묻혀 있다” 같은 글귀들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