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비주류, 잔류-탈당 ‘기로’

입력 2016-12-17 00:02
새누리당 비주류 유승민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새누리당 비주류 중심축인 유승민 의원은 16일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탈당에 대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경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속내다.

이제 비주류 앞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등을 놓고 마지막 당내 투쟁을 벌이느냐, 당을 박차고 나와 새 둥지를 만드느냐 두 가지 선택지만 남게 됐다.

유 의원 측은 여전히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는 입장이다. 곧 있을 비대위원장 선출 때까지 비주류 주도의 쇄신 동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패배 직후여서 바로 당을 떠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결과로 (탈당)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의견을 통일해서 할지 일부가 먼저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가까운 의원들은 아직은 탈당 의견이 아니다”며 “마지막 결심은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의원들과 충분히 얘기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직자 30여명은 유 의원을 찾아가 탈당을 만류했다.

비대위원장은 친박계가 60∼70% 정도를 장악한 당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한다. 지난 5월 정진석 원내대표(당시 당대표 권한대행)가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의결하려고 전국위를 소집했지만 친박계의 보이콧으로 무산됐을 정도다.

때문에 비주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는 경선결과에 대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탈당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경원 의원도 “(탈당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비주류를 향해 “더는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탈당을 촉구했다.

다만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 과정을 주도하게 된 것은 변수로 꼽힌다. 정 원내대표는 “중도·비주류가 추천하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당 화합을 위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중도 성향의 비대위원장을 내정하거나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비주류 일부 세력을 끌어안을 경우 탈당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비주류 내부에서 복잡한 함수관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 일괄사퇴로, 표면적으로는 ‘친박 2선 후퇴’도 이뤄졌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