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때와 정반대 왜?… “폐족은 무슨” 도로 친박

입력 2016-12-17 00:05
정우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와 이현재 신임 정책위의장(네 번째)이 16일 국회 의원총회 원내대표 경선 승리 직후 당 지도부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전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 조경태 선거관리위원장, 이 정책위의장,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이정현 대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비주류 나경원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최종학 선임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수적 우위가 재확인됐다. 주류 친박계는 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정우택 원내대표 만들기에 성공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논의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지게 됐다. 주류 친박계는 폐족(廢族) 위기에서 기사회생하며 당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는 발판을 마련했다.

탄핵 찬성으로 기울었던 여당 내 중립지대 표심은 친박계로 ‘원대복귀’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의원 62명은 지난 9일 탄핵안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됐다. 탄핵 반대는 56명에 불과해 ‘친박의 패배’로 해석됐다.

‘탄핵 바람’을 탔던 비주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16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 62명은 친박계 정 원내대표를, 55명은 비주류 측 나경원 의원을 지지했다. 비주류 한 의원은 “비주류로 넘어온 것 같았던 의원들은 결국 국민 여론에 잠시 등이 떠밀렸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류 친박계는 “탄핵안 표결 때부터 친박 전열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고 봤다. 탄핵안 가결 당시에도 반대(56), 불참(1), 기권(2), 무효(7) 표를 다 합치면 ‘친박표’는 66명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정 신임 원내대표가 얻은 62표에다 표결 불참자 9명 중 친박 성향 3∼4명 표를 합치면 ‘친박 66명’이라는 계산은 설득력이 있다.

비주류는 멸족을 면하려는 ‘친박의 오더’ 표를 패인으로 삼았다. 한 중진 의원은 “친박 공천을 받았던 사람들이 당권을 놓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려는 상황이 바로 새누리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탄핵 국면에서 나를 포함한 비주류가 친박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대국민 메시지나 비전 제시를 부실하게 했던 탓”이라며 자성론을 제기했다.

원내대표 합의추대를 요구했던 의원들이 친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도’를 표방한 10여명의 모임을 주도했던 이주영 의원 등은 ‘주호영 원내대표, 이명수 정책위의장’을 중재안으로 내놨으나 비주류 측은 받지 않았다. 비주류 의원들은 “선거일 직전에 중재안을 내고 경선을 미루자는 건 중립 표를 흔들려는 친박 2중대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주영 의원 등은 “합의추대안이 수용되지 않아 자유투표를 했다”고 음모론을 부인했다.

친박계의 ‘화합 메시지’가 주효했다는 시각도 있다. 친박 최고위원들이 이정현 대표와 동반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15일 밝힌 점도 중립지대 일부 표심에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선 정견발표에서 “당 화합을 위해 소위 친박 실세에 정중히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친박계는 향후 당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친박 지도부 사퇴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비대위원장 인선 논의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일단은 전부 원점”이라며 “새 원내대표가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경택 이종선 기자 ptyx@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