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靑 사찰 의혹 수사하나…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문건 ‘정윤회 문건’ 필요하면 수사”

입력 2016-12-17 00:05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사찰 문건 수사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에 대한 2년 전 검찰수사 내용을 재검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공개되지 않은 8개 파일을 언급하며 양 대법관 이외에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사찰 문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16일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 사찰 문건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표적인 친노(노무현)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특검팀이 나서 사찰 문건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특검팀 역시 수사 착수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에 (사찰 문건 관련) 고발이 접수되면 우리가 처리할 만한 사안인지 검토해 볼 것”이라며 “인지수사 필요성이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이 사찰 문건 수사에 본격 착수할 경우 검찰이 보유 중인 정윤회 문건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다시 검증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당시 검찰은 이 문건을 지라시로 치부하며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2년 뒤 최순실씨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특검팀이 2014년 수사자료는 검찰에서 넘겨받고, 세계일보가 보유한 비공개 문건을 임의제출 받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특검에 관련 수사기록 제출을 요청한 것에 대해 특검팀은 “검찰과 협의해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내부에서는 관련 수사자료 일체를 헌재에 넘기는 데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수사를 진행한 검찰 특별수사본부 측도 “수사자료 제출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특검팀과 검찰의 고민은 헌재의 수사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경우 박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 방향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피의자이지만 헌법상 불소추특권에 따라 기소되지 않아 형사재판과 관련된 수사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해 갈 수 없다. 특검팀과 검찰의 수사기록을 헌재가 받게 되면, 박 대통령은 헌재 탄핵소추 사건의 당사자로서 자료복사 등을 요청할 수 있다. 특검팀 수사는 피하면서 수사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 때문에 특검팀과 검찰이 헌재의 수사자료 요구를 거부하거나 이미 상당부분 공개된 최씨의 공소장 등 제한적인 수준의 자료만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노용택 정현수 기자 nyt@kmib.co.kr